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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도서/소심한 사진의 쓸모17

책의 구성과 다룬 현장. 피사체 인물. <소심한 사진의 쓸모> 2부와 3부 2부/ 2~3미터: 셀레는 봄볕, 서러운 봄문규현 신부의 손: 2016년 9월 세월호 농성장, 문규현 신부차차, 봄: 2018년 3월 쌍용차 평택공장 노조 사무실, 해고 노동자 윤충열나를 잡아가라: 2015년 12월 광화문광장 시위 참가자깎을 게 뭐 있다고: 2014년 10월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 집단 삭발, 공무원노조 조합원'불'만 많다: 2009년 2월 명동성당 앞, 용산 참사 유가족들풍선 효과: 2018년 1월 정부서울청사 앞 농성장, 교육공무직 비정규 노동자들휴지 조각: 2018년 1월 정동 프란체스코회관 카페 기자 간담회, 민주노총 간부엄마 절하는 모습: 2018년 1월 서울역 2층 대합실 108배, KTX 승무원들파란 나라, 파란 천막: 2018년 6월 서울 서부역 앞 농성장, KTX 승무원들.. 2019. 12. 1.
저자의 말. 카메라 뒤에 숨어 살핀 거리와 사람 풍경. <소심한 사진의 쓸모> 저 우중충한 빛깔의 책은 오늘 인쇄 공장에서 나온 새것이다. 지은이가 정기훈이니 나는 각별한 애정을 품고 기념사진 한 장을 남긴다. 요 며칠 된바람에 날려 떨어진 노랗고 붉은 빛 나뭇잎을 배경 삼아봤다. 그러고 보니 저 표지의 색을 무어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디자이너와 만난 적은 없어 나는 내 눈에 보이는 대로 짐작할 따름이다. 거리를 오가며 비슷한 색깔이 무엇일까 살펴봤다. 편의점 앞에 쌓아둔 우유 담는 플라스틱 상자가, 배달대행 노동자 오토바이 짐 상자가 먼저 눈에 들었다. 헌옷 수거함이, 또 화물차 짐칸 덮는 그물망이 엇비슷했다. 가만 보니 실밥 터져 구멍난 내 겨울 점퍼 색과도 묘하게 섞인다. 오르막길 옆 제설함 통 색깔이 그랬고, 지하철 역사 한쪽 자동심장충격기 안내 문구가 그랬다. 도로 표.. 2019. 11. 30.
<소심한 사진의 쓸모> 1미터: 절 받아라, 용균아 머리 허연 노인이 새카맣게 어린 모습 영정 앞에서 이제는 늙어 고장 난 몸을 힘겹게 접었다. 영정을 똑바로 보지 못하던 엄마가 그를 부축했다. “용균아, 절 받아라!” 호통 치듯 외치던 그의 눈이 붉었다. 주름 깊었다. 꽃다운 청춘이었다고 빈소 찾은 사람들이 포스트잇에 적었다. 스물넷 청년의 노동과 목숨을 연료 삼아 발전소는 돈다고 기자회견 자리에서 원로는 말했다. 컨베이어벨트는 멈추지 않았다. 진상 규명이 멀었다. 사람이 먼저가 맞느냐고 산 사람들이 물었다. 촛불을 되물었다. 가만 듣던 엄마가 울었다. 시신을 꺼내어 그 참혹한 죽음을 널리 알려야 한다고, 선생은 못할 말을 애써 꺼냈다. 죽음을 막을 수만 있다면 뭐든 하겠다고 엄마가 답했다. 밤낮없이 불 밝힌 빈소에 꽃향기가 가득하다. 촛불이 타들어간다.. 2019. 11. 26.
본문상세이미지. 추천의글. <소심한 사진의 쓸모> [소심한 사진의 쓸모]그가 사진 찍는 걸 보면, 잘 갈아놓은 검을 조용히 뽑아 꼭 벨 것만 베고 소리 없이 칼집에 집어넣는 검객의 느낌!__이치열그들 사이에 오간 가슴 저미는 대화들이나 통계 속 숫자에 묻혀버릴 뻔했던 사실들을 이 책이 아니었다면 죽을 때까지 보지 못하고 듣지 못했을 것이다. 사진을 보는 것으로, 그리고 그가 친히 쓴 설명을 꼼꼼히 읽는 것만으로도 마치 내가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느껴져 부채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다.__하종강정기훈이 사진기를 들고 섰던 그 자리는 대개 아우성의 시공간이었다. 고함과 절규와 항의의 뒤섞임 속에서 내가 본 기훈은 조용히, 슬쩍 움직여가며 셔터의 단추를 눌러댔다. 그런 자리에서 셔터가 내는 소리는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는다. 다만 한 사람, 사진기 뒤에 얼굴.. 2019. 11. 26.
저자의말, 추천의글. <소심한 사진의 쓸모> ◎ 저자의 말사진은, 그중에도 매체 사진은 자주 무례하다. 사진을 찍으려면 사람 앞에 설 일이 많은데 부끄럼 많은 나는 다가가길 망설였다. 무작정 카메라를 가까이 들이대는 건 폭력적이라고도 느꼈다. 그럼에도 나는 광각렌즈 끼우고 가까이 다가가 찍는 사진을 선호했다. 피사체에 얼마나 가까이 갈 수 있을까, 가까이 가는 게 맞는 걸까를 늘 생각했다. 피사체와의 거리는 관계와 비례하는 일이 많았다. 돌이켜보면 멀찍이 물러나지 못해 실패한 일보다는, 가까이 다가가려는 노력을 하지 않아 망친 일이 훨씬 많았다. 특별한 일 없어도 오며 가며 농성장을 찾았다. 혹시 뭐 없나 싶어서다. 뭐가 있긴, 거기도 사람 지내는 곳이니 사람 얘기에 귀 기울였다. 남들이 서러워 울 때가 사진기 든 사람이 바빠질 때다. 미안함도 잊.. 2019. 11.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