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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도서/덜미,완전범죄는없다1

<완전범죄는 없다> 38회: 대구 살인범 밀항 사건

by 북콤마 2018. 9. 4.


<완전범죄는 없다> 38회: 대구 살인범 밀항 사건

사건 시놉시스

2015년 11월 중국으로 밀항한 한 남녀가 상하이 총영사관을 통해 자수했다. 인천국제공항으로 먼저 입국한 밀항자 주씨는 불안한 듯 손발을 심하게 떨었다. 10년 넘게 도피 생활을 했다지만, 체포하러 공항에 나간 형사가 보기에는 수상쩍었다. 형사의 촉이 발동했다.

아직 입국하지 않은 내연녀 유씨를 조사해보니 실제 남편 A씨는 19년 전인 1996년 살해되었고 유씨는 장기 실종되어 사망자로 처리돼 있었다. 남편이 사망하고 여자가 실종된 시점이 공교로웠다. 20년 전 세 사람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A씨 부부와 주씨. 20년 전에 실종된 여자가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유씨 남편 사건에 대한 문서 기록은 오래돼 전부 폐기된 상태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기록에 의하면 남편은 사망한 지 6~7개월 만에 발견됐고 90% 정도가 불에 탄 모습이었다. 시신에서 타인의 DNA는 나오지 않고, 미제로 사건은 덮였다. 그때 A씨 관련 자료에서 한 줄이 눈에 띄었다. 
"창원경찰서에서 살인 의심자로 소재 불명 상태인 주씨를 수사하고 있다." 세 명의 연결 고리를 풀 실타래였다.

하지만 사건은 2011년 공소시효 15년이 지나면서 자료도 폐기됐다. 도움은 의외의 곳에서 왔다. 1997년 8월 MBC 프로그램 '경찰청사람들'에 사건이 소개된 적이 있었고, 그때 방송 자료는 공소시효와 무관해 상세한 내용까지 남아 있었다. 그리고 당시 사건 담당 형사를 만나 증언을 모으고 주씨의 누나를 만나 주씨가 범행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그동안 조사한 자료들을 내밀자, 드디어 주씨는 순순히 "내가 죽였다"고 자백했다. 전도유망한 양궁 선수였던 주씨는 당시 숙소 인근에서 슈퍼를 운영하던 유씨를 만나 불륜 관계가 되었다. 급기야 주씨가 유씨의 남편 A씨를 찾아가 이혼하라고 협박을 했고 몸싸움 끝에 범행을 저지른 것이었다. 

발목을 잡은 것은 공소시효였다. 자신의 범행을 자백한 주씨는 "공소시효가 끝나지 않았냐"고 주장했다. 경찰이 반격을 가한 지점은 주씨의 도피 시점이 공소시효 만료 전인가, 후인가였다. 주씨와 유씨가 공소시효 만료 전에 중국으로 도피했다면 처벌을 피하려는 고의가 인정돼 시효가 중지되고 살인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었다. 공소시효가 지난 2014년에 중국을 밀입국했다는 주씨의 말은 거짓이었다. 검찰의 추가 수사로 그들의 밀항 시점은 2014년이 아니라 1998년으로 밝혀졌다.

사건 경과와 수사 일지

1996년. 

주씨가 숙소가 있던 대구 송현동에서 유씨 남편이 사는 현풍면으로 이동한다.

포장마차에서 말싸움한 뒤 공영주차장에서 주씨가 유씨 남편을 목 졸라 살해했다.

구마고속도로(현 중부내륙고속도로 지선) 상행선 인근 수로에서 시신에 휘발유를 끼얹은 뒤 라이터로 불태운 다음 유기한다.

살해한 후 주씨는 누나에게 도피금을 받아 유씨와 함께 경주, 군산 등으로 도피한다. 

위조 여권을 구매한 뒤, 1998년 4월 1일 김포공항을 통해 유씨와 함께 일본으로 밀항한다. 

2002년: 두 사람은 일본에서 중국 상하이로 다시 밀항한다.


2015년 11월: 두 사람은 상하이 총영사관을 통해 밀항을 자수한다.

2015년 12월 30일: 주씨를 밀항단속법 위반 혐의로 긴급 체포한다.

이때 경찰이 내연녀 유모씨 남편이 살해된 사실을 확인하고 주씨를 유력 용의자로 주목한다.

2016년 1월 1일: 밀항단속법 위반으로 주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다.

이때 경찰은 MBC 프로그램 '경찰청 사람들' 등 당시 사건 자료를 확보한다.

1월 5일: 경찰은 당시 주씨를 살인 혐의로 조사하던 창원경찰서 은퇴 형사를 면담한다.

이때 주씨는 자신의 범행을 자백한다. 하지만 자신은 "2014년 출국해 공소시효가 만료됐다"고 주장한다.

1월 6일: 중국에서 추방된 내연녀 유씨를 밀항단속법 위반으로 긴급 체포한다. 유씨 또한 "2014년 출국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경찰은 두 사람은 1998~2014년 동안 국내에 거주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한다. 

1월 8일: 경찰은 주씨를 살인 혐의 등으로 검찰에 송치한다.

1월 10일: 검찰이 대구 달서구 주씨 누나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위조 여권을 발견하고 두 사람이 1998년 일본에 입국한 사실을 밝혀낸다.

1월 15일: 경찰은 유씨를 밀항단속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