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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도서/소심한 사진의 쓸모

노동자의 손과 발,뒷모습 6: 반올림 황상기,이종란씨의 메모와 펜

by 북콤마 2020. 3. 3.


손을 보면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시사인 서평에 이런 언급이 있습니다:

"(책에선) 정면 사진보다 옆이나 뒷모습, 얼굴보다는 노동자의 손과 발이 시선을 붙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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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사진의 쓸모>(정기훈 지음 ) 책 속 글 '국정감사 출석 사유'를 함께 보시죠. 주무 부처 장관을 바라보는 그들의 표정을 담느라 저자는 많은 공을 들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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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0월 국정감사장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반올림 황상기 씨와 이종란 씨가 증인으로 나온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언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한 손엔 펜을 들었다. 때때로 무언가를 적곤 했다. 

언젠가 반올림이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을 때, 많은 사람이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고 말했다. 상대는 삼성이고 정부였다. 지금 삼성전자의 사과와 보상, 정부의 산업재해 인정을 이끌어낸 데에는 무엇보다도 황상기 씨의 끈질긴 노력이 큰 역할을 했다. 그의 말은 느렸고, 글씨는 삐뚤빼뚤했고, 독한 표정 같은 건 얼굴에 없어 보였다. 이 또한 편견일 테지만 큰 싸움 나선 투사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가 쓰는 단어는 쉬웠고, 말은 또박또박 잘 들렸고, 군더더기 없이 상식을 적고 말했다. 

국정감사의 여러 증인이 상식 밖의 이유를 들어 감사장에 나오지 않았다. 한마디가 간절했던 아빠는 오랜 질의와 답변 시간을 기다려 몇 마디를 할 수 있었다. 주무 부처 장관의 답변을 바라보는 그의 표정을 담느라 여러 장을 찍었다. 표정이 많은 말을 할 수 있다는 걸 실감했다. 수많은 거짓과 왜곡과 회유와 협박의 시간이 지나갔고, 얼마간의 진실이 겨우 드러났다."

네이버 책: <소심한 사진의 쓸모>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5768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