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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도서/소심한 사진의 쓸모

노동자의 손과 발, 뒷모습 4: 증인 김진숙의 양손(한진중공업 희망버스)

by 북콤마 2019. 12. 28.


노동자의 손과 발, 뒷모습 4: 증인 김진숙의 양손(한진중공업 희망버스)

손을 보면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시사인 서평에 이런 언급이 있습니다:
"정면 사진보다 옆이나 뒷모습, 얼굴보다는 노동자의 손과 발이 시선을 붙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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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사진의 쓸모>(정기훈 지음) 책 속 글 '증인 김진숙' 일부를 함께 보시죠

김진숙의 뒷모습은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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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7월 국회에서 열린 김신 대법관 후보자의 인사 청문회 자리에서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대법관 청문회 증인석에 앉아 있다. 양손을 들고 있다. 시선은 청문위원을 향했다. 고개를 꼿꼿이 세우고 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지난 2011년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 방침에 항의하며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에 올라 농성했다. 회사는 법원에 퇴거 명령을 요청했고, 당시 담당 판사였던 김신 대법관 후보자는 이를 받아들여 하루 100만 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했다. “후보자께서 대법관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설령 되더라도 정말 이 땅에서 섬겨야 하는 예수, 고난받는 사람들, 버려진 사람들이 누구인지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시기 바란다.” 사법부에 대한 기대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김지도위원은 이같이 답했다.

오래 싸운 노동자들은 종종 국회 증인석에 앉아 지난 일을 복기한다. 국정감사와 인사 청문회 자리에서다. 주어진 발언 시간은 대개 짧았다. 할 말은 넘쳤으니 말이 꼬이거나 격해지는 경우도 있었다. 발언하는 앞모습 담고 움직이다 보면 끝나는 경우도 있다. 뒷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왜소한 어깨며 짧은 머리, 간편한 티셔츠와 목에 두른 손수건이 거기 엄숙했던 국회 청문회장의 분위기와 이질적이었다. 매순간 단호했던 말끝이 손짓에 묻어났다. 말하면서 두 손을 자주 드는 건 그녀의 버릇이다. 편들어달라는 게 아니라고, 최소한 법이 공정하기를 바란다고 그녀는 말했다. 대법원 앞 정의의 여신상이 든 저울 같은 걸 떠올렸다. 균형이 맞기를 기다렸다. 뒷모습을 자주 찍는 건 나의 버릇이다.

네이버 책: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5768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