홉스는 <리바이어던> 표지에서부터 여러 시각적 장치를 통해 리바이어던이라는 가공할 주권자의 이미지들을 독자에게 전달한다. 이런 다양한 시각적 전략들은 무엇을 겨냥하는가? 모든 이미지는 신민들이 국가 전체에 종속되는 메커니즘을 표현하고 있다.
1. ‘땅 위에 그것과 비교할 수 있는 힘은 없다(욥기 41:24).’
(Non est potestas Super Terram quae Comparetur ei. Job 41:24).
홉스는 리바이어던의 성경적 맥락을 소환하며 통치자를 리바이어던에 비유한다. 즉 리바이어던은 거대한 힘을 가진 세속 군주이자 교만한 인간을 지배하는 괴물을 의미한다.
2. 절대군주인 리바이어던은 머리에 모자를 쓰고 오른손에는 무력의 상징인 칼을, 왼손에는 종교적 권위의 상징인 주교 지팡이를 들고 있다. 그의 몸은 말 그대로 수많은 신민들로 이뤄진 ‘정치적 신체’다.
인간은 신의 자연 창조를 모방해 국가를 창조한다. 리바이어던은 인간을 재료로 삼는 거대한 인공적 인격이고, 자신의 신체를 이루는 시민 개개인의 의견과 무관하게 운동하는 자동기계, 모든 법률적 규칙을 초월한 존재이자, 국가의 구성원들에게 공포의 힘을 보여주는 괴물이다.
3. 군주는 법과 질서를 따르는 왕국의 평화로운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오른쪽에 교회가 있다.
아감벤은 “아무도 살지 않는 텅 빈 도시 그리고 지리적 경계들 바깥에 위치한 국가라는 수수께끼”라는 문제를 제기한다. 도시 내에는 코먼웰스(국가, 리바이어던)의 신체를 이루는 인민은 존재하지 않는다. 도시에 존재하는 것은 소수의 근위병뿐. 거리는 황량하게 묘사돼 있다.
그렇다면 인민은 어디에 있나? 인민은 인공적 신인 리바이어던의 몸을 이루는 일부가 돼 있다.
표지 삽화에서 모든 신민은 주권자의 얼굴을 응시하며 뒤를 돌아보고 있다. 독자는 신민 개인의 얼굴을 확인할 수 없다. 오로지 주권자의 얼굴만 존재할 뿐. 홉스의 국가는 그런 익명성의 공간, 개성과 고유성이 사라진 국가를 말한다. 그렇게 인민과 국왕이 하나의 신체를 이루는 모델은 현대 전체주의의 결정적 이미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홉스는 개인의 주권 양도(자발적)를 설명할 때 자유주의적이고 대의제적인 요소를 차용한다.
4. 군주는 권력의 두 기둥, 즉 군대와 교회 위에 서 있다. 왼쪽에는 위에서 아래로 군대의 상징(성, 왕관, 대포, 무기, 전투)이 나온다.
5. 오른쪽에는 교회의 상징(성당, 주교 모자, 파문, 논리학, 종교 재판)이 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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