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용균을 죽음에 이르게 한 원인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김용균 특조위)는 2019년 4월 3일 출범한 후 4개월에 걸쳐 진상 조사를 진행했다.
고인은 도대체 왜 운전 중인 벨트컨베이어 밀폐함의 점검구 안으로 상체를 집어넣어야 했을까?
__고인이 한국서부발전(원청)의 협력사인 한국발전기술에 입사해 배치된 업무는 현장 운전원으로 석탄 화력발전소의 주 연료인 석탄을 운반하는 컨베이어벨트를 순회 점검하고 벨트에서 떨어지는 낙탄을 제거하는 일이었다.
고인은 입사 후 이틀간 신규 채용자 기본 교육, 사흘간 현장 직무 교육을 받고서 단독으로 수 킬로미터에 이르는 연료 운반 설비를 점검하는 작업에 투입됐다.
__컨베이어벨트 점검 항목에는 ‘구동부, 기타 부분에서의 진동, 비정상적인 소음을 확인’, ‘아이들러의 회전 소음 점검’이 있고, ‘모터 및 회전체의 베어링 부위의 과열 여부’를 적시했다. 이는 설비가 가동 중지될 때 해야 할 업무가 아니라 ‘설비 운전 중 점검해야 할 항목’이었다. 회전체 내부의 베어링 발열 여부나 구동부의 비정상적인 소음 확인은 육안과 청력으로만 가능한 일이다. 이 점검 항목들을 제대로 점검하려면 (다른 도구가 없다면) 벨트와 회전체에 접근하지 않을 수 없다.
‘낙탄 처리 지침서’의 ‘유의 사항’에 의하면 ‘벨트 및 회전 기기 근접 작업 수행 중 비상 정지되지 않도록 접근 금지, 단추는 모두 채우고 회전 기기에 말려들지 않도록 2인 1조로 작업 수행’하도록 정함으로써 벨트나 회전체 근접 작업이 개인의 일탈 행동이 아니라 일상적인 작업 수행 방법으로 이행됐음을 확인해주고 있다.
__또 한국서부발전은 협력사 현장 운전원에게 운전 설비에 이상이 있을 경우 이상 부위를 휴대폰으로 촬영한 후 개선 요구 사항을 구체적으로 정리해서 GENI 시스템에 사진과 함께 등록하도록 했다. 더욱이 사고 현장의 벨트컨베이어 점검구와 롤러의 위치가 일치하지 않아 점검구 밖에서 롤러의 상태를 온전히 볼 수도 없었다. 1럭스(대략 촛불 1개가 내는 빛)밖에 안 되는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밀폐함 내의 그림자 진 벨트 하부, 철판 기둥 뒤에 반쯤 숨어 있는 롤러의 이상 부위를 육안과 청력으로 확인하고, 휴대폰으로 상세히 촬영하려면 점검구 안으로 고개를 들이미는 방법 이외에는 달리 도리가 없어 보인다.
위험에 대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고인이 속한 한국발전기술은 발전 회사와 체결한 연료·환경 설비 운전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인력을 공급할 뿐 업무를 수행하는 설비나 시설은 모두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의 소유다. 따라서 한국발전기술은 설비 운전이나 점검 의무만을 질 뿐 시설에 대한 권한은 처음부터 갖고 있지 않았다. 한국발전기술 노동자들은 고인의 협착 사고가 발생한 컨베이어 설비를 개선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번번이 원청에 의해 묵살됐다고 하소연했다. 자신들이 ‘하청이기 때문에’ 비용이 들어가는 대부분의 설비 개선 요구는 지연되거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시설의 위험에 대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데에는 경쟁력 제고와 효율성을 강조하는 전력 산업 구조 개편과 공기업 민영화 정책, 그 일환으로 전개된 발전 5사 분할과 경쟁 체제 도입, 발전소 공정의 인위적인 분리와 민간 개방을 통한 외주화, 그로 인한 원·하청의 위계 구조가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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