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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도서/덜미,완전범죄는없다2

범인의 사소한 실수 4: 범인과 수사기관 사이 머리싸움의 승패는 여기서 갈렸다

by 북콤마 2019. 3. 12.


"연재를 꾸준히 읽은 독자는 이미 알아차렸겠지만, 범인과 수사기관 사이 머리싸움의 승패는 

범인의 사소한 실수와 이를 그냥 흘려보내지 않는 수사기관의 집념과 피땀 어린 노고에서 갈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__저자 서문에서 <덜미,완전범죄는없다 2>


43.관악 10대 모텔 살인 사건: 랜덤 채팅 어플리케이션

__봉천동 한 모텔에서 10대로 추정되는 여성이 숨져 있다는 신고 전화가 걸려 왔다. 사인은 금방 확인할 수 있었다. 외부에서가해진 힘에 코와 입이 동시에 막혀 사망에 이르렀다는 소견이 나왔다. 그녀는 누구일까? 그리고 누가 무슨 이유로 그녀의 입과 코를 틀어막았을까?

모텔에 설치된 폐쇄회로TV에선 그날 아침 6시 40분경 30대로 보이는 남성과 10대로 추정되는 여성이 함께 들어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 후 1시간 30분 지난 8시 10분, 남성 혼자 모텔을 나섰다. 수사팀은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듯이 처음부터 다시 살펴보기로 했다. 이번에 112에 신고 전화를 한 사람은 모텔과 전혀 관련이 없는 제삼자였다. 그를 불러 조사한 결과, 그는 죽은 한 모 양을 포함한 여성 3명을 데리고 랜덤 채팅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성매매를 알선하는 업자로 확인됐다.

경찰은 곧바로 사망하기 직전 2시간 동안 한양에게 메시지를 보낸 남성 12명의 명단을 파악할 수 있었다. 

44. 헬스장 10년 지기 암매장 사건; 헬스장에서 갖고 나온 검은 비닐봉투

__실종자는 30대 직장인 남성 유씨였다. 집을 나가면서 전날 은행에서 대출받은 2000만원을 챙겨 나갔다. 경찰은 우선 주변 인물을 탐문해갔다. 유씨는 평소 자주 만나는 사람도 없었고, 직장과 집을 주로 오갔다. 그나마 눈에 띄는 곳이 퇴근하고 종종 가던 동네 헬스장이었다. 경찰이 주목한 인물은 헬스장 관장 조씨였다. 

한 달여 전 조씨가 유씨에게 대전에서 헬스장을 공동 운영할 수 있도록 계약금을 준비하라고 말했다는, 주변 인물의 진술이 나왔다. 2000만원이 바로 그 돈이었다. 조씨가 수상했다. 헬스장 폐쇄회로 TV에서도 눈에 띄는 장면이 나왔다. 유씨가 실종된 날 오전 4시 40분쯤 헬스장에서 조씨가 검은 비닐봉투를 챙겨 나가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45. 제주 보육교사 피살 사건: 섬유 실오라기

__지금처럼 제주에 관광객이 북적거리지 않던 시절,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발생한 미제 사건을 사람들은 '제주판 살인의 추억'이라고 불렀다. 새벽 귀갓길에 실종된 보육교사 이씨는 애월읍 농업용 배수로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경찰은 결정적 물증이 필요했다. 그간 확보한 자료 중에는 용의자 박씨의 차량 내부와 옷가지 등 여러 곳에 '찍찍이'(접착테이프)를 붙였다가 떼어내는 방식으로 확보한 미세 증거물이 있었다.

추가 분석에 들어간 경찰은 이씨의 어깨와 오른쪽 무릎에서 발견된 2~3센티미터 크기의 섬유 실오라기가 사건 당일 박씨가 입었던 남색 셔츠와 같은 종류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사체로 발견된 당시 피해자는 무스탕을 입고 있었는데, 옷으로 덮인 어깨에서 박씨 셔츠의 것과 동일한 섬유 조각이 발견된 것이다. 이는 둘 사이에 확실한 접촉이 있었다는 걸 의미한다.

그러나 상황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법원에서 박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이다. 이씨 신체에 묻은 섬유 조각이 박씨의 옷과 유사할 뿐 동일하지는 않으므로 직접증거가 될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박씨와 똑같은 옷을 입은 사람이 저지른 범죄일 수 있다는 반박이 가능하다는 뜻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