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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도서/덜미,완전범죄는없다2

범인의 사소한 실수 2: 범인과 수사기관 사이 머리싸움의 승패는 여기서 갈렸다

by 북콤마 2019. 2. 26.

"연재를 꾸준히 읽은 독자는 이미 알아차렸겠지만, 범인과 수사기관 사이 머리싸움의 승패는 

범인의 사소한 실수와 이를 그냥 흘려보내지 않는 수사기관의 집념과 피땀 어린 노고에서 갈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__저자 서문에서 <덜미,완전범죄는없다 2>


범인의 사소한 실수 2

24. 화천 할머니 살인 사건: 우표에 묻은 침

__범인은 범행 후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피해자의 집으로 편지를 썼다. 그는 왼손으로 글씨를 쓰고, 일부러 맞춤법이 틀리게 썼다. 편지를 보낸 곳은 강원 화천, 보낸 사람은 '이만성'이었다. 그 이름도 범인이 지어낸 가명이었다. 편지는 한 통에 그치지 않았다. 짧게는 두 달, 길게는 1년 5개월 간격으로 총 7통의 편지가 왔다. 편지가 도착하는 족족 우체국은 수사를 맡은 지방경찰청에 보고했다. 

단서는 세 번째 편지에서 나왔다. 편지를 분석하는 중에 범인으로 추정되는 이의 DNA를 채취한 것이다. 우표 가장자리에서 나왔는데, 우표에 침을 발라 붙인 듯했다.

25. 수원 주차장 살인 사건: 접은 우산

__결정적 단서는 폐쇄회로 TV에서 나왔다. 사건 현장인 수원의 한 공영주차장, 시신이 발견된 차량에서 누군가 내리는 장면이 찍혔다. 그런데 그 사람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황급히 우산을 썼다. 비도 안 오는데 우산을 꺼내 얼굴을 가리는 것, 즉 자신을 숨기는 행동이었다. 공영주차장은 넓은 규모에 비해 설치한 폐쇄회로 TV 대수가 적었다. 그만큼 촬영 범위가 넓어 용의자의 얼굴과 신체 특징을 포착하기 쉽지 않았다. 게다가 당시 시간에는 근무 중인 직원도 목격자도 없었다. 

범인이 얼굴을 가리기 위해 사용했던 우산이 예상치 못한 실마리를 제공했다. 비가 오지 않는 날 우산을 손에 들고 다니는 사람은 드물 수밖에 없다. 폐쇄회로 TV를 보면 차 안에서 나온 남자는 어느 순간 화면에서 사라졌지만, 그 대신 흰색 비닐봉투에 접은 우산을 넣어 들고 다니는 남성이 다른 화면에 등장했다. 체격도 비슷했고, 무엇보다 그는 '수사팀이 이미 알고 있던' 남자였다.

29. 성남 모란시장 10년 지기 생매장 사건: 소문을 만든 사람

__경기 성남에 살던 49세 여성 A씨가 사라졌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경찰은 장날에 맞춰 모란시장을 찾았다. A씨를 둘러싼 이런저런 소문이 시장 안 가득 맴돌고 있었다. 수사팀 팀장은 소문의 '내용'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그런 얘기를 하고 다니는 소문 '생산자'가 궁금했다. 소문의 꼬리를 붙잡고 몸통인 '시작'을 쫓아갔다. 

소문 속에 등장하는 '동거남'을 조사했지만, 그는 손사래를 쳤다. 자신도 소문을 일방적으로 듣는 입장이라고 했다. 그의 말 속에서 새로운 인물이 등장했다. 50대 여성 이씨. 경찰을 만난 이씨는 덤덤했다. 자신이 7월 14일에 모란시장 입구에서 A씨를 직접 본 적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이씨 말고는 A씨를 본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다. 5일장이 서는 7월 14일에도, 19일에도 A씨를 목격했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30. 진주 주부 피살 사건: 사라진 장물

__한 달이 넘어가도록 범인은 그림자도 드러내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사건이 미제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이 밤낮 없는 수사로 쌓여가는 피로와 뒤엉켜 수사팀의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그때 피해자의 남편이 조심스레 한마디를 던졌다. 사건 초기에는 경황이 없어 몰랐는데, 다시 찾아보니 아이 이름을 새긴 금목걸이와 돌반지가 사라진 것 같다는 것. 수사팀은 귀가 번쩍 뜨였다. 경험상 사라진 장물이 사건 해결로 통하는 가장 빠른 길인 때가 많았다.

진주 시내뿐 아니라 전국 금은방과 전당포에 '혹시 아이 이름이 새겨진 장물이 들어오건든 지체 없이 신고해달라고' 협조를 요청했다. 기다리던 제보가 마침내 도착했다. 경찰서와 멀지 않은 진주중앙시장에 있는 금은방이었다. 금목걸이에 아이 이름이 새겨져 있어 제보자가 확신을 갖고 신고할 수 있었다. 게다가 귀금속을 훔친 경위를 자세히 모르는 제삼자가 범행 장소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내다 판 것도 들통난 이유 중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