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출간도서/세월호 마지막 네 가족

추천의 글.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세월호 마지막 네 가족>

by 북콤마 2018. 5. 16.


미수습자 가족들의 고통을 마주하는 용기

"이 책을 읽는다는 건 상상조차 하기 힘든 고통을 직면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첫 장을 넘기는 것조차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다고 피한다면 잠시 편할 수는 있어도 결국 세월호 참사는 잊혀질 것입니다.

미수습자 가족들의 고통을 마주하는 용기를 내는 것이 우리 산 자들이 다섯 분 미수습자들과 그 가족들을 책임지기 위한 첫걸음입니다. 모두 읽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_유경근 위원장

___

만일 일어날지도 모를 영원한 미수습

세월호 참사 4주기 직전에 추천사 부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부탁을 받고도 열흘 동안 한 글자도 쓰지 못했습니다. 참사일인 416일부터 차가운 모습으로 돌아온 예은이를 부둥켜안은 423일까지 그리고 넋이 나간 채 치른 장례식까지, 그렇게 매년 4월 보름동안은 좀비처럼 허우적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까지 자식과 가족의 흔적조차 마주하지 못한 미수습자 가족들을 생각하면 도대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두렵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사실 할 수 있는 말, 해야 할 말은 뻔합니다.

마지막 한 분이 다 돌아오실 때까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그게 우리 산 사람들의 의무이다. 먼저 자식의 시신이라도 찾은 유가족으로서 미수습자 가족들을 생각하면 미안할 뿐이다.’

이런 외침을 셀 수도 없이 많이 해왔지만 항상 가슴 한편에 자리 잡은 답답함과 불안함은 가시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 왜 이리 미수습자와 그 가족들을 생각하면 답답하고 불안하기만 할까. 아직도 세월호에는 제대로 수색해보지 못한 곳이 많이 남아 있는데, 배를 바로 세우고 나면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 아직은 희망을 더 가져야 할 때가 아닐까.

제 가슴 속 답답함과 불안함의 실체는 이런 것입니다.

현철이, 영인이, 양승진 선생님, 권재근 님과 아들 혁규. 이분들 중 끝까지 돌아오지 못하는 분이 계시면 어쩌나. 혹시 누구라도 영원히 미수습자 가족으로 남게 되면 어쩌나.

지금은 그래도 세월호 선내 수색을 더 할 수 있다는 희망이라도 있지만, 그것마저 다 끝나고 나서도 못 찾는 분이 계신다면.

항간에는 이미 장례식까지 다 치렀는데 이제 와서 수습을 하는 게 오히려 미수습자 가족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게 아니냐는 말들도 있습니다. 저한테는 산 자의 변명으로밖에 안 들립니다. 어쩔 수 없이 치렀던 빈 장례식이었습니다. ‘빈 장례식을 강요했던 우리들은 이제 그만 끝내자는 말을 할 자격이 없습니다.

그리고 만일 일어날지도 모를 영원한 미수습. 우리는 이것까지 책임져야 합니다. 저는 어떻게 책임져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한들 그분들의 고통이 백만 분의 일이라도 줄어들겠습니까. 그저 그 고통을 안고 우리와 함께 살아낼 수만 있다면 우리는 어떤 일이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뿐입니다.

영원한 미수습자 가족. 이 타이틀이 주는 고통의 무게를 어느 누가 알 수 있겠습니까. 그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기도할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분이든 두 분이든 그런 결과가 나온다면그러면 나는,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무엇을 해야 하나. 그 준비를 이제부터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답답함과 불안함으로 가슴 한편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미수습자 앞에서 산 자의 책임은 무한한 것이라는 다짐과 함께.

2018425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단원고등학교 2학년 324번 유예은 아빠

유경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