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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도서/한국의 장기미제11

<한국의 장기미제> 2회: 양산 택시기사 피살 사건

by 북콤마 2019. 11. 15.


<한국의 장기미제> 2회: 양산 택시기사 피살 사건

시놉시스 

2008년 1월 30일 평일이라 그런지 손님이 코빼기도 안 보였다. 마침 북부동 S은행 지점을 지날 즈음 전방 30미터에서 손짓하는 남성이 보였다. 170㎝ 정도 작은 체구에 40~50대로 보이는 사람이었다. 다리를 다쳤는지 아니면 장애가 있는 건지 왼쪽 다리를 절고 있었다. 택시에 올라탄 남자의 목적지가 이상했다. 차를 탄 지 30분이 지나도록 갈팡질팡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가자고 한 곳은 양산 동면 내송리 인근 야산. 차로 10분이면 충분한 거리를 20㎞나 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남자의 요구대로 내송리 마을회관을 지나 야산으로 향하는 외길로 들어섰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빨간색 철제문이 보이는 농장 앞에 차를 세웠다. 그리고 요금 계산을 위해 뒷좌석으로 고개를 돌리려는 찰나, 차갑고 날카로운 쇳덩이의 충격이 어깨에 느껴졌다. 남자가 악마로 돌변했다.

피해자 얼굴과 양손, 머리, 어깨 부위에 난 칼부림 상처는 47개. 흔적으로 미뤄 운전석 뒤에서 흉기로 공격하는 범인에게 피해자는 몸싸움을 벌이며 극렬히 저항한 듯했다. 운전석 천장까지 묻은 피해자의 신발 자국은 좁디 좁은 공간에서 어떻게든 범인을 막아내려 했던 처절한 사투의 증거였다. 부검 결과 피해자의 사인은 최후의 일격으로 보이는 기도와 목 부위 자상, 그로 인한 출혈 쇼크사였다.

초기 수사는 난항이었다. 범행 장소는 사람 왕래가 없는 야산 중턱. 사건이 한낮에 발생했는데도 목격자는 전혀 없었다. 사건 직후 현장을 지나간 차량이 한 대 있었지만 특이한 건 못 봤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차량 안에서 피해자 혈흔과 모발 다섯 점, 범인 것으로 보이는 손수건이 발견됐지만 유전자정보(DNA)는 검출되지 않았다. 돈이나 다른 물품이 없어지지도 않았다. 피해자 휴대폰 지문도 싹 지워진 상태였다. 범인은 오히려 흉기에 묻은 피를 닦은 손수건 한 장을 남겨뒀다. 면식범일 수도, 계획 범죄일 수도, 우발범일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양산 일대 우범자와 출소자, 전과자 등 2415명을 샅샅이 훑었으나 죄다 범행시간대 알리바이가 있었다. 유일한 증거는 북부동 은행 앞에서 택시에 승차하는 용의자 모습이 찍힌 폐쇄회로 TV 뿐. 

사건 포인트

면식범인가 용의자가 택시에 탄 시간을 전후한 피해자의 휴대폰 사용 내역을 분석했으나 특이 상항은 나오지 않았다. 용의자가 지나가는 택시를 그냥 잡아탔을 수도 있다.

가까운 거리인데 왜 돌아서 갔나 용의자가 탄 장소에서 범행 장소까지는 5킬로미터로 차로 가면 10분 정도 걸리는 거리다. 하지만 실제 택시의 운행 기록을 보면 40분에 걸려 돌아가면서 20킬로미터를 갔다. 용의자가 범행을 망설인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계획범죄인가, 우발적 범행인가 사건 현장인 야산은 인적이 드문 곳이다. 계획적으로 유인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택시 안에 지문과 DNA는 남기지 않으면서 피 묻은 흉기를 닦은 자신의 손수건은 놓고 도망한 것을 보면 우발적 범행으로도 보인다.

정체불명의 남성 폐쇄회로 TV를 분석한 결과 키 170센티미터에 40~50대 남성으로 보인다. 걸음걸이가 다소 이상한 것으로 봐서는 왼쪽 다리가 불편한 사람으로 추정된다

네이버 책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55573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