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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도서/한국의 장기미제11

<한국의 장기미제> 8회: 정읍 화물차 사무실 살인 사건(정읍 이삿짐센터 살인사건)

by 북콤마 2019. 11. 22.


<한국의 장기미제> 8회: 정읍 화물차 사무실 살인 사건

사건 시놉시스

“사람은 흔적을 남기지 않고 살아갈 수 없는 존재다. 벗어 던진 윗도리에 체온이 남아 있는 것처럼, 머리빗 사이에 머리카락이 끼어 있는 것처럼 어딘가에 무언가가 남아 있다.”

친척 동생의 사라진 약혼녀 세키네 쇼코를 추적하던 전직 경찰 혼마 슌스케는 미야베 미유키의 장편 추리소설 <화차>에서 이렇게 독백했다. 화차는 빚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나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고 그 사람의 탈을 쓰고 살아가는 세키네와 그 뒤를 쫓는 혼마 얘기다. 여기 세키네와 닮은 한 남성이 있다. 지난 2009년 4월 25일 전북 정읍에서 자취를 감춘 뒤 10년 넘게 흔적조차 남기지 않은 성 모(45세) 씨다.

정읍에서 화물차 기사로 일하던 성씨는 2009년 4월 20일 전주지방법원에서 파산 선고를 받았다. 부인과 딸 셋까지 딸린 가장에겐 파산만이 새 출발을 위한 유일한 선택지였다. 이날도 빚 독촉 전화는 어김 없이 걸려왔다. 성씨가 다니던 D화물차 대표의 동생이었던 이씨는 이따금 사무실에 들러 기사들에게 도박 자금을 꿔주는 사람이었다. 파산 전날에도 성씨는 이씨에게서 50만원을 빌렸다.

그날 밤 부인의 눈에 성씨의 행적은 어딘가 모르게 이상했다. 전주에서 재판을 마치고 정읍에 도착했다던 남편은 저녁 8시가 넘도록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다시 1시간이 지나 집에 돌아온 성씨의 몰골은 엉망이었다. 마치 흙탕물에서 구른 사람 같았다. 자는 줄 알았던 성씨는 이튿날 오전 2시 30분 또 사라졌다. 처음 보는 흰색 SM3를 타고 어디론가 향한 남편은 1시간쯤 뒤 들어와 다시 잠을 청했다.

비슷한 시간 이씨의 부인과 형은 애타게 남편과 동생의 행방을 찾고 있었다. 4월 20일 점심을 먹고 집을 나선 이씨가 휴대폰을 꺼둔 채 다음날 아침까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형은 사무실을 유심히 살펴보다가 바닥과 바깥 마당 곳곳에 핏자국이 눈에 띄었다. 누군가가 동생을 죽인 뒤 시체를 들고 도주했을 수도 있다는 불길한 예감이 머리를 스쳤다. 단순 실종은 즉각 강력 사건으로 전환됐다. 경찰은 성씨를 의심했다. 4월 21일 곧바로 그를 불러 조사했다. 성씨가 이씨와 빚 문제로 다투다 이씨를 죽이고 시체를 어딘가에 버렸을 가능성이 컸다.

성씨는 이미 도피 계획을 짜놓은 상태였다. 가족과 함께 정읍을 떠나 전북 부안터미널 근처 한 모텔에 묵은 뒤 4월 25일 오전 10시 헤어졌다. 가족과의 만남을 마지막으로 성씨는 감쪽같이 사라졌다.

사라진 성씨의 행방

신분 세탁 아니면 밀항: 성씨는 민간 방범대원 생활을 3년 동안 한 까닭에 범죄와 경찰의 생리에 익숙한 편이다. 게다가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세상 물정에도 밝은 사람이라 신분을 세탁했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외국으로 도피했을 가능성도 있다.

공범 가능성: 피해자 이씨의 형에 따르면 성씨 이외에도 이씨에게 돈을 빌린 사람이 많았다. 80킬로그램의 거구인 이씨를 체구가 작은 성씨 혼자 살해했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는 것이다. 성씨의 부인도 자신에게 남편이 난 목격자일 뿐이야라고 해명한 적이 있다고 한다. 아직까지 행방이 묘연한 것을 보면 성씨 역시 공범에게 살해됐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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