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출간도서/덜미,완전범죄는없다3

<지능범죄,당신을노린다> 2회: 제주 곶자왈 기획부동산 사건

by 북콤마 2019. 3. 5.


<지능범죄,당신을노린다> 2회: 제주 곶자왈 기획부동산 사건

기획부동산 사무실 각 책상에 붙어 있던 세부 지침

1. 자기 소개+학교,고향 밝히기: 신뢰를 얻기 위함. 여러 각도에서 진심으로 들어라

2. 회사 소개: "저희는 울산 1등 회사라 기본금이 튼튼하고, 확정지만 하고, 국책 사업만 해요."

3. 이야깃거리: 고객의 마음, 애로 사항을 먼저 알아야 한다

4. 친숙 단계: 취미, 고향, 가족 관계 등

5. 재테크 정보: 땅에는 관심 있는지, 주식은 하고 있는지, 예금은 얼마나 되는지 묻기

6. 비교 검토: 고객의 재테크 수단과 부동산 투자에 대해 장단점을 설명하기

7. 풀 브리핑: 우리 땅에 대한 확신이 있는지?

8. 다지기: "가장 좋은 땅 잡아줄게요."

9. 본 상황: 바로 입금 1000만원, "청약금, 입금하세요."

10. 내사: 토지이용확인서, 지적도, 등기부등본, 토지대장을 확인시켜주기

11. 답사: 소풍 가는 기분으로

12. 계약: "소개 많이 시켜주세요!"

사건 시놉시스

친한 교회 언니가 접근해 왔다. 몇 달 전부터 '꿀알바'를 하고 있는데 너무 좋은 자리라 소개해주고 싶다고. 특별한 기술도 지식도 필요 없고, 몇 시간 앉아만 있으면 된다고. 출근해서 하는 일이라곤 온종일 강연을 듣는 게 전부였다. 조금 지나자 노골적인 홍보가 나왔다. 제주 서귀포의 '제주신화월드' 맞은편에 아직 개발이 안 된 땅이 있는데, 이 땅을 평당 98만원에 사면 2년 안에 37만원을 얹어 돌려주겠다는 제안이 왔다. 

이 땅을 주변 사람들에게 권해서 팔아 오면 포상금을 주고 승진도 시켜주겠다고 했다. 이어 회사는 '현장 답사'를 제안했다. 회사가 항공권과 숙박비 등 모든 비용을 부담했다. 현장 답사는 근사한 나들이었다. 현장을 둘러본 뒤 계약을 한 고객에겐 술자리에서 여왕 대접을 해줬다. 망설이는 이들에겐 집요한 설득이 이어졌다. 대체로 분위기에 휩쓸려 허둥지둥 계약서를 썼다.

하지만 이 모든 건 가짜였다. 이들이 팔겠다고 선전한 토지는 누가 와도 개발이 불가능한 지역이었다. 이 사건은 피해자 수 1000여명, 피해 금액 1000억원대의 대형 사건으로 커졌다. 단일 기획부동산 사기 사건으로 최대 규모로 꼽힌다. 1년 남짓한 짧은 시간에 어떻게 이런 사기 행각이 가능했을까. 다단계 조직의 영업 방식이 동원됐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