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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판결2014~2017년64선/2014년판결

도둑 뇌사, 정당방위인가 과잉대응인가. 정당방위 인정 범위, 판단요건

by 북콤마 2014. 10. 24.

 

 

거실에 침입한 절도범을 때려 뇌사 상태로 만든 집주인 아들에게 1년 6개월의 징역형 선고한 판결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은 8월 13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 모씨에게 1년 6월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3월 8일 강원도 원주시 명륜동의 주택가에서 집주인의 아들 20세 최 모씨는 새벽 3시께 귀가하다가 거실 서랍장을 뒤지던 절도범 50대 김모씨를 발견했다. 최씨는 '당신 누구냐?'고 말한 뒤 주먹으로 김씨의 얼굴을 여러 차례 때려 넘어뜨렸다. 최씨는 넘어진 김씨가 도망가려고 하자 팔로 감싸고 있던 김씨의 뒤통수를 여러 번 찼다. 이어서 알루미늄 빨래 건조대로 김씨의 등을 여러 차례 때렸다. 그리고 자신의 허리띠를 풀어 김씨의 등을 여러 차례 때렸다. 이후 김씨는 의식을 잃어 응급실로 실려갔지만 뇌사 상태에 빠져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피고인 최씨는 법정에서 정당방위이며 정도가 초과된 정당방위, 즉 과잉방위라고 주장했다. 

①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② 방위 행위가 그 정도를 초과한 때에는 정황에 의하여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

(*2항의 과잉방위는 정당방위의 범위를 벗어났지만 방위의 이유는 인정될 때 적용되는 법 조항이다.)

재판부의 판단: 정당방위나 과잉방위 모두를 인정하지 않을 정도로 폭행 정도가 심했다.

흉기도 없고 저항 의사도 없는 대상을 향한 일방적 폭행이었다.

판결문 : “최씨가 절도범을 제압하기 위해 김씨를 폭행했다고 하더라도 흉기 등을 전혀 소지하지 않고 아무런 저항없이 도망만 가려고 했던 김씨의 머리 부위를 발로 차는 등 장시간 심하게 때려 사실상 식물인간 상태로 만든 행위는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없다.”

"아무런 저항 없이 도망가려던 피해자의 머리 부위 등을 때려 식물인간 상태로 만든 행위는 피해자가 절도범이라는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비난 가능성이 작다고 할 수 없다. 또한 당시 피해자 김씨의 보호자였던 피해자의 형은 피해자의 병원비(2000만원 이상) 등에 책임을 느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피해자의 유족인 조카가 최씨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

이번 재판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되지 못한 이유: 현행법상 국민참여재판은 1심인 경우, 그리고 좌우배석이 있는 합의재판에서만 가능하다. 그런데 이 사건은 단순폭행 사건으로 처리되면서 단독 판사 형태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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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은 현재 8개 항목으로 이뤄진 '정당방위 판단요건' 중 '상대방(범죄 피의자)의 피해 정도가 본인보다 중하지 않아야 한다'는 7항 등을 연내까지 개정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