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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도서/땅딛고 싸우기

<땅딛고 싸우기> 언론 보도협조 자료

by 북콤마 2015. 4. 29.

 

 

1. 이 책은 OOO에 대한 이야기다

이 책은 우리집 TV와 인터넷을 설치하고 수리하고 철거하는 엔지니어의 이야기. 흔히 이들은 회색 작업복과 둥글게 말린 케이블 선만으로 기억된다. 이사하거나 TV와 인터넷이 고장 났을 때 전화하면 다녀가는 이들. 아무도 이들이 누구인지 궁금해하지 않았고 말을 건네지 않았다. 설치를 마치면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고 떠나던 이들은 한 번 보고 말 사람이었고 얼굴도 기억나지 않았다.

여기에 사람은 없다. ‘디지털 셋톱박스와 검은 선로가 가입자들에게 제 발로 걸어가는듯하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가 보는 화면 뒤에는 엄연히 그들의 노동이 숨어 있다. 김동원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팀장은 방송통신 업계 노동자들의 숨겨진 노동을 이렇게 말했다. “지금 당신은 이 글을 무엇으로 보고 있는가? 책상 위 PC인가, 스마트폰인가? 아직도 그것이 물건으로만 보이는가? 당신이 쓰는 인터넷, 당신이 손에 든 휴대폰은 절대로 물건이 아니다. 사람이다. 묻지 않아도, 알고 싶지 않다 해도 그것은 사람이 만든 것이다.” 물건이 아니라 사람의 노동이다. 필자는 그들의 숨겨진 노동을 어떻게 드러낼까 고민했다. 우선 그것은 화면 뒤에 있는 사람을 찾아가는 싸움이었다.

화면 뒤에 있는 사람을 찾는 싸움: 방송통신 업계 노동자들의 숨겨진 노동

아무도 묻지 않고, 아무도 말하려 하지 않던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2. 케이블 설치기사는 어떻게 해서 전광판 위에 서게 되었나

  투기자본의 먹튀’, 방송 영역 공공성 파괴에 맞선 노조

2007년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맥쿼리와 손잡고 국내 케이블TV 업계 3위인 씨앤앰을 인수했다. 그것도 인수액의 70퍼센트를 은행에서 빌린 차입 매수였다. 당시 공공 영역이자 정부 인허가 사업에 사모펀드가 들어올 수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있었지만, 정부는 이를 승인했다. 사모펀드의 특성상 재매각을 통한 차익을 얻는 게 목적이었다. 하지만 2009IPTV의 등장으로 케이블TV는 경쟁에서 밀려나기 시작했다. 사모펀드와 빚쟁이가 지배한 씨앤앰은 망가질수밖에 없었다. 2013년 이후 씨앤앰 원청, 하청에는 모두 노동조합이 있었다. 대주주가 보기에 싸우는 노조의 존재는 매각가 하락의 주범이었다. 20146월 하청 업체들이 재계약하는 과정에서 노동자 109명을 대량 해고하자 주위에서는 대주주가 매각가를 유지할 목적으로 하도급 업체와 노동자를 정리해 고정비용을 줄이려 한다는 판단이 나왔다. “원청의 말을 잘 듣지 않는 하청 업체, 노동조합이 있는 업체는 바꿔버리면 끝인 업계에서 일하는 간접고용 노동자는 이를테면 파리 목숨이다.”(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