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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도서/덜미,완전범죄는없다2

범인의 사소한 실수 1: 범인과 수사기관 사이 머리싸움의 승패는 여기서 갈렸다

by 북콤마 2019. 2. 21.


"연재를 꾸준히 읽은 독자는 이미 알아차렸겠지만, 범인과 수사기관 사이 머리싸움의 승패는 

범인의 사소한 실수와 이를 그냥 흘려보내지 않는 수사기관의 집념과 피땀 어린 노고에서 갈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__저자 서문에서 <덜미,완전범죄는없다 2>


범인의 사소한 실수 1

39. 신혼여행 니코틴 살해 사건: 메신저 단체 대화방

__남편 우씨가 범인이라면 이를 입증할 구체적 정황이 필요했다. 이때 우씨의 친구가 메신저 단체 대화방 캡처 화면을 피해자의 가족에게 전달했다. 남성들만 30명 가까이 모인 대화방에서 우씨는 피해자에 대해 입에 담지 못할 험담을 늘어놓고 있었다.  '목표가 있어 데리고 있어야 한다는'는 말도 덧붙여졌다. '그 목표가 뭔지 궁금하다'는 친구의 질문에는 '두 달만 데리고 있으면 된다. 그 후에 알려주겠다'고 답했다. 

35. 고양 여관 여종업원 살인 사건: 주민등록 복원

__12년간 범인을 잡지 못한 데는 범인이 거주지 불명으로 주민등록이 말소돼버린 것이 컸다. 추적하는 경찰은 언젠가는 범인이 말소된 주민등록을 되살릴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매달 동사무소를 찾아 범인이 혹씨 주민등록을 살렸는지 확인했고, 경찰의 온라인 신원 조회 시스템으로도 수없이 검색했다. 어느 날, 12년 동안 기다리던 그 순간이 왔다. 평택을 마지막으로 그동안 말소됐던 범인의 주민등록이 그해 9월 천안 원성동에서 되살아났다. 

생활고를 겪던 범인이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해 보조금을 받기 위해 주민등록을 복원하고 주소를 이전한 것이다. 그리고 동사무소에서 오는 연락을 받기 위해 범인은 휴대폰도 개통한 상태였다.

38. 대구 살인범 밀항 사건: 공소시효 중지 사유

__살인범은 살인죄 공소시효가 끝나자 중국 상하이 총영사관에 제 발로 찾아가 자수했다. 위조 여권을 만들어 김포공항에서 비행기를 탄 뒤 일본을 거쳐 상하이로 도망을 갔다는 게 도피 행각의 전말이었다. 공소시효가 완전히 풀렸으니 밀입국으로만 처벌을 받겠다는 생각이 깔려 있었다. 

범인은 자신이 2014년부터 밀항 생활을 했다고 주장했다. 사실 그의 말대로 공소시효가 끝난 2011년 이후에 해외로 나갔다면 처벌할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공소시효가 끝나기 전에 밀항을 한 것이라면 처벌을 고의로 피하기 위해 도망친 것이므로, 그렇게 되면 시효가 중지되어 살인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었다. 

36. 강서구 건설업자 청부 살인 사건: 안짱걸음

__현장에서 건진 단서라고 해봐야 건물 근처 공터에서 발견된 지문 없는 흉기, 범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나오기는 했지만 얼굴은 물론이고 체형조차 쉽게 알아보기 어려운 폐쇄회로 TV 영상이 전부였다. 폐쇄회로 TV상에선 '점' 정도로 보이는 범인 추정 인물이 지하철 9호선 신방화역 방향으로 뛰어가는 모습 정도였다.

경찰은 확보한 폐쇄회로 TV 영상을 몇 백 번은 돌려 봤다. 그러자 결정적인 '그만의' 특징이 보였다. 흔히 안짱걸음이라 부르는 내족지 보행. 며칠에 걸쳐 다시 돌려 보며 얼굴이나 체형이 아닌 '걸음걸이'를 분석했다. 사건 당일 신고 시각으로부터 10분이 지난 시점, 현장에서 2.6킬로미터 떨어진 지하철 5호선 발산역 인근에 설치된 페쇄회로 TV에서 비슷한 걸음걸이가 포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