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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도서/그것은죽고싶어서가아니다

보라매병원 사건, 한국의 존엄사 재판1: <그것은 죽고 싶어서가 아니다>

by 북콤마 2023. 11. 18.

뇌수술을 받고 자가 호흡을 못 하게 된 환자를 배우자의 요구에 따라 병원에서 퇴원시켰다가 인공호흡기를 뗀 환자가 곧바로 사망하면서 담당 의사들이 살인방조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건이다.

사회적 파급

__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살인방조죄로 결론이 났지만 의사들은 처음엔 살인죄로 기소됐다. 이 사건은 당시 의사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다. 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를 돌려보냈다가 자칫 살인죄를 쓸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__이 사건 이후 병원과 의사들은 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라 하더라도 절대 퇴원을 시키지 않게 됐다.

__이 사건 전까지만 해도 가족이 원하면 환자를 퇴원시키는 것이 관행이었다. 하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의사들은 연명의료 중단을 허용했다가는 자칫 자신도 살인죄로 기소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됐고, 가망 없는 환자일지라도 존엄사 판단을 미루고 끝까지 붙들게 됐다.

__이 사건은 우리나라 형법에서 작위, 부작위, 방조범 등의 범위를 논하는 유명한 판례로 남았는데, 동시에 한국에서 존엄사 논쟁을 불러일으킨 첫 번째 사례이기도 하다.

사건 경위

__1997년 12월 58세의 한 남성이 술에 취해 화장실을 가다 기둥에 머리를 부딪치고 쓰러진 뒤 서울 보라매병원으로 옮겨졌다. 남자는 뇌수술을 받고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서서히 의식이 회복되고 있었지만 뇌부종 때문에 인공호흡기 없이는 자가 호흡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__아내는 남편을 퇴원시켜달라고 요청했다. 수술비와 입원비 등 치료비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__환자는 서서히 회복하고 있었지만 그대로 퇴원하면 사망할 것이라는 걸 의료진은 알고 있었다. 아내가 치료비가 없다는 이유로 줄기차게 퇴원을 고집하면서 의료진은 결국 가족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__의사는 퇴원하는 대로 사망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고, 사망하면 병원과 의료진에 대해 법적인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은 뒤 퇴원을 허가했다.

__그날 인턴이 환자를 집까지 호송했다. 인턴은 환자의 집에 도착해 인공호흡기를 떼면 환자가 사망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린 뒤 제거했다. 인턴이 떠난 뒤 5분이 채 지나지 않아 환자는 꺽꺽거리는 소리를 내다 숨졌다.

__문제는 장례를 마친 뒤 아내가 경찰에 변사자로 신고하면서 발생했다. 경찰이 사망 경위를 조사하면서 의문점을 발견했다. 검찰은 아내와 담당 의사, 레지던트, 구급차로 호송하고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인턴까지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로 기소했다. 사망할 것을 알면서도 퇴원을 허락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재판 과정

__2004년 6월 대법원은 담당 의사와 레지던트에게 살인죄가 아니라 살인방조죄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__재판부는 그들이 살인 행위를 도운 점은 인정된다고 보면서도 살인죄로는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__아내는 항소심에서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가 인정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상고를 포기했다. 당시 윗사람의 지시에 따라 인공호흡기를 뗀 인턴만 무죄를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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