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영국, 미스 B와 다이앤 프리티 사건
2002년 영국에선 안락사를 희망한 두 여성이 서로 상반된 판결을 받아 세계적 관심을 끌었다.
공교롭게도 두 여성은 43세 동갑내기이자 똑같이 전신 마비 상태였다.
‘미스 B’와 다이앤 프리티Diane Pretty는 안락사의 허용 범위를 놓고 운명이 엇갈렸다.
유럽인권재판소는 두 사건을 비교하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이들 두 케이스는 매우 비슷하지만 중요한 윤리적 차이가 있다. 미스 B가 치료를 포기하는 권리를 요청한 반면 다이앤 프리티는 생명을 끝내는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했다.”
정확한 이름은 공개되지 않고 미스 B라고만 알려진 여성은 그해 3월 22일 영국고등법원으로부터 죽을 권리를 처음으로 인정받는 판결을 받아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그녀는 1년 전 목 부위의 혈관이 파열되면서 전신이 완전 마비 상태에 빠졌다. 인공호흡기 없이는 숨조차 쉴 수 없었다. 그녀는 생명 보조 장치를 떼는 걸 허가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이 판결 직후 영국에선 거센 찬반 논란이 불붙었다. 한 시민단체는 “건강한 정신을 가진 성인은 스스로 죽음을 판단할 수 있다는 원칙을 인정한 법원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반면 안락사 반대 측 단체는 “이번 법원 결정이 갖는 의미에 대해 매우 우려한다. 미스 B는 적절한 도움을 받으며 인생을 즐길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러나 그녀가 재활 거부를 선택해서 매우 유감이다”고 반박했다.
미스 B는 한 달여 뒤인 4월 24일 자신의 의사에 따라 인공호흡기를 떼고 잠을 자다 조용히 숨을 거뒀다.
미스 B가 사망하고 닷새가 지난 4월 29일 다이앤 프리티는 유럽인권재판소로부터 다른 판결을 받았다.
그녀는 1999년부터 퇴행성 운동신경세포 장애라는 불치병을 않으면서 운동신경이 마비돼 휠체어에 의존해왔다. 점점 증세가 악화돼 목 아래 전신이 마비 상태가 됐다.
말도 할 수 없고(음성 합성기를 통해 소통) 음식물 섭취도 튜브에 의존해야 했다. 그녀는 다가온 죽음을 예상하고 인공호흡기를 제거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가족 및 친구들과 더 이상 의사소통을 할 수 없게 될 때 의사의 도움을 받아 죽고 싶다는 계획을 남편과 상의했다.
이후 다이앤은 남편이 자신의 자살을 도울 수 있게 허락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1961년에 제정된 자살방지법(Suicide Act)은 자살을 불법으로 규정하지는 않지만 다른 사람의 자살을 부추기거나 도울 경우 최고 14년의 징역형에 처하는 범죄행위로 규정한다. 그녀는 “나를 자연사하도록 두는 것은 괴로움을 주는 동시에 존엄성을 해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영국 검찰과 고등법원, 대법원에 차례로 청원을 넣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마지막으로 유럽인권재판소를 찾았는데, 이날 영국 법원이 자신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다이앤의 주장을 기각했다.
다이앤은 패소한 지 나흘 만인 5월 3일 호흡 곤란 증세를 일으키며 고통을 호소했고, 곧바로 집 근처에 있는 호스피스로 옮겨졌다. 혼수상태에 빠져 5월 11일 남편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
2009년 영국, 데비 퍼디 사건
데비 퍼디Debbie Purdy는 영국 존엄사법의 전환점을 마련한 상징적인 인물이다.
2014년 12월 23일 브래드퍼드의 마리 퀴리 호스피스에서 51세의 나이에 숨을 거둘 때까지 20년 가까이 마비돼가는 몸을 이끌고 조력자살의 합법화에 앞장섰다.
젊은 시절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프리랜스 음악평론가로 활동하던 그는 1995년 원발성 진행형 다발성경화증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데비는 고통이 심해지자 안락사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 가지, 스위스로 가서 디그니타스의 도움을 받아 조력자살을 결행하려 했으나 동행할 남편이 처벌받을 것이 우려됐다.
그의 싸움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된다. 하나는 ‘죽을 권리’를 보장하라는 것과 또 하나는 환자의 안락사를 돕는 조력자에 대한 합법과 불법 사항을 명확히 해달라는 것이다.
2008년 퍼디는 자신의 스위스행에 남편이 동행하고 도와줄 경우 처벌 가능성이 불확실한 것은 인권 침해라고 주장하며, 남편이 안락사를 도울 경우 기소될 것인지를 확실히 밝혀달라고 했다. 즉 다이앤 프리티가 남편이 자신의 자살을 돕는 것을 허락해달라고 주장했다면, 데비는 조력자살 사건에서의 기소 여부에 관해 구체적인 정보를 사법적 심사를 통해 명확히 해달라는 것이었다.
1심과 2심은 남편이 안락사를 도울 경우 기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언할 수 없다고 했지만, 2009년 9월 대법원은 “안락사 조력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개정하라”고 판결하며 데비의 손을 들어주었다.
대법원은 1961년 제정된 자살방지법이 명확하지 않아 유럽인권협약 제8조에서 규정하는 개인의 사생활을 존중한 권리와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검찰은 (안락사 조력자에 대한) 기소와 관련된 규정들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역사적인 판결이었다.
대법원의 결정에 따라 영국 검찰은 2010년부터 안락사 조력자에 대한 기소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조건부로 안락사를 허락한다는 취지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데비는 남편과 함께 스위스로 떠나지 않고 영국에 남기로 했다. 아직 법이 바뀐 것은 아니므로 고통을 견디며 죽을 때까지 법과 싸우기로 한 것이다. 이때 데비가 보여준 용기를 보면서 영국 시민들은 조력자살 문제를 전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죽기 1년 전인 2013년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되자, 스위스로 넘어갈 자금 여력이 없던 퍼디는 자신에게 남은 유일한 합법적 수단으로서 단식을 택한다. 음식 섭취를 거부하며 삶을 마감할 준비를 하는 것은 그가 평소 주장해온 대로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맞이하려는 모습이었다.
‘좋은 죽음’인가 ‘좋은 삶의 실패’인가 - 시사IN
스페인에 있는 시어머니가 전화로 나쁜 소식을 전했다. 옆집 엘리세타 할머니가 코로나19 확진을 받아 입원했다고 한다. 엘리세타 할머니는 우리 가족이 스페인 시댁에 갈 때마다 잘 왔다며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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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죽고 싶어서가 아니다
“스위스에서 조력자살을 한 한국인이 2016년과 2018년에 각각 1명씩 있었다.”__디그니타스조력자살을 위해 스위스로 간 한국인을 찾아서책은 스위스에서 조력자살을 감행한 한국인 2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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