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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이상범죄

신 이상범죄 3: 극악해지는 스토킹 범죄

by 북콤마 2021. 4. 12.

사건 시놉시스

2020년 10월 17일 저녁, 전북 전주 덕진구의 한 아파트에서 짧지만 강렬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육중한 엘리베이터문과 방화문이 훼손됐고, 유리창이 깨져 바닥에 유리 조각이 나뒹굴었다. 출동한 경찰이 현장을 살펴보니, 3층 계단에서 폭발물로 추정되는 물체의 잔해가 발견됐다.

 

피의자는 현장에서 큰 부상을 입고 고통을 호소하던 정모(28)씨. CCTV를 확인해보니, 범행 당일 아파트 엘리베이터 부근에서 서성거리던 정씨가 한 주민을 마주친 뒤 계단을 뛰어오르더니 은박지에 싸인 폭발물을 터뜨렸다. 다행히 주변에 사람이 없었지만 정씨는 손가락이 절단되고 고막이 파열되는 큰 부상을 입었다.

 

사건의 발단은 이랬다. 정씨는 중학교 동창인 여성 A씨에게 2016년 9월 교제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 그럼에도 1년 가까이 전화와 문자로 A씨에게 만남을 요구했고, 이를 말리는 A씨 아버지에게도 교제 허락을 강요했다고 한다. 정씨의 스토킹 행각은 참다 못한 A씨가 휴대폰 번호를 바꾸면서 잠잠해지는 듯했다.

 

하지만 정씨는 다시 흥신소를 통해 A씨의 주소지와 연락처를 확보했다. A씨와 연락이 두절된 직후부터 3년간 동영상 웹사이트를 뒤져 '폭탄 제조법'을 익힌 터였다. 범행 당일 정씨는 아파트 현관을 무사통과해 A씨 집 초인종을 눌렀다가 인기척이 없자 저녁까지 기다렸다. 그러다가 A씨 아버지에게 발각된 그는 A씨 가족이 경찰에 신고하자 비상계단으로 도망치면서 라이터로 폭발물 심지에 불을 붙였다. 폭발물이 요란한 소리와 함께 터지고 안에 있던 쇠구슬이 사방에 튀면서 정씨는 중상을 입고 말았다. 폭발물 사용, 특수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그에게 전주지법은 2021년 3월 정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스토킹으로 분류될 수 있는 '지속적 괴롭힘' 등의 범죄는 증가 추세로 2013년 312건에서 2019년 583건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스토킹 범죄에 폭발물, 화학물질과 같은 치명적 범행 수단이 동원되는 이유는 자신을 지속적으로 거부해 온 상대방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려는 가해자의 반감이 깔려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스토킹이 장기화할 경우엔 가해자가 자신도 다칠 것을 각오하고 피해자를 해치려는 심리가 작동하면서 강력범죄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다.

 

"'폭탄·염산' 본인도 다칠 각오" 테러리스트 닮은 스토커들

新 이상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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