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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이상범죄

신 이상범죄 1: 잔혹한 고양이 학대

by 북콤마 2021. 3. 17.

** 한국일보가 ‘신(新) 이상 범죄의 습격’을 새롭게 연재한다.

‘이상 범죄’가 늘고 있다. 범행 동기는 물론 방식과 대상도 쉽게 납득하기 힘든 괴기한 범죄들이다. 범행 대상이 무차별적이고 프라이버시까지 침범하며 개인의 마지막 피난처마저 파괴하기 때문에, 평범한 시민들도 예고 없이 이상 범죄의 습격을 받을 수 있다.

 

사건 시놉시스

2019년 7월 13일 아침 8시쯤 서울 마포구 경의선숲길에서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무거운 물체가 바닥을 내리치는 듯 굵고 짧은 몇 번의 울림. 잠시 후 덥수룩한 머리의 한 남성이 튀어나왔다. 시민 몇 명이 뒤를 쫓았지만,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소리가 사라진 자리에는 고양이 사체가 남겨져 있었다. 잔혹한 학대의 흔적과 함께 죽은 고양이 주변에는 흰색 가루가 흠뻑 묻은 검은색 비닐봉지가 발견됐다. 봉지 안에는 고양이 사료가 담겨 있었다. 나중에 경찰 조사에서, 고양이 사료에 묻은 흰색 가루는 세탁 세제로 확인됐다. 경찰이 확인한 CCTV 속 남성은 세탁세제 섞은 사료와 물을 화단에 누워있던 고양이에게 건네고 있었다. 고양이가 먹기를 거부하자, 남성은 고양이 꼬리를 잡아 들어 올린 뒤 땅과 인근 가게 난간 등에 패대기치길 반복하고 있었다.

 

닷새가 흘러 서울 마포경찰서로 39세 정모씨가 체포됐다. 정씨는 고양이 사체가 발견된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고시원에 홀로 살고 있었다. 그는 "고양이를 싫어했다. 평소 산책하러 다니는 경의선숲길에 고양이가 너무 많았다"고 했다.

 

서울서부지법은 징역 6개월 실형을 선고하면서 정씨를 법정구속했다. 범행 전 목장갑을 준비해 끼고 세제와 물을 쇼핑백에 담아 준비한 점, 범행 후 고양이 사체가 쉽게 발견되지 않도록 구석진 곳에 옮겨놓은 점, 범행 후 도구들을 주변 쓰레기통에 버리고 달아난 점을 미뤄볼 때 그에게 고양이는 단순한 화풀이 해소 대상이 아니었다. 정씨에게 주어진 징역형은 2심을 거쳐 그대로 확정됐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고양이에게 이토록 잔인한 짓을 하는 걸까. 전문가들은 고양이 학대 범죄가 증가하는 것은 높아지고 있는 분노·혐오 지수가 사람을 넘어 동물에게 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다양한 분노와 피해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고양이 울음소리를 자신을 향한 공격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또 범죄심리학자들은 잔혹한 고양이 학대 행위가 강력범죄의 전조 현상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짓밟고 내던지고, 끓는물 붓고...'고양이 학대' 잔혹범 대체 왜?

[新 이상범죄의 습격]

www.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