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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이상범죄

신 이상범죄 4: 교묘하게 발전하는 불법촬영

by 북콤마 2021. 4. 28.

시놉시스

2020년 9월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각, 고화질 카메라가 장착된 드론이 부산 수영구의 아파트 단지 상공에 두둥실 떠올랐다. 드론은 잠시 후 어떤 집 베란다 앞에 가만히 멈췄다. 집 안의 광경을 몰래 녹화하기 시작한 드론 카메라 너머에는 남녀가 옷을 벗고 애정 행위를 하고 있었다. 드론의 주인은 건너편 건물 옥상에 있는 남성 A(42)씨와 B(30)씨. A씨는 촬영된 영상이 생중계되는 스마트폰 앱을 보면서 능수능란하게 드론을 조작했다.

 

야음을 틈탄 이인조의 불법촬영 행각은 드론을 구입한 지 8일째였던 이날 새벽 들통났다. A씨의 조작 실수로 드론이 추락하고 만 것이다. 아파트 테라스에 떨어진 드론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손에 넘어갔다. 옥상에서 내려와 드론을 찾으려던 A씨는 경찰을 보고 달아났지만, CCTV 녹화 영상을 확인한 경찰의 추적으로 두 사람 모두 곧 검거됐다. 경찰이 확인한 결과 드론에는 아파트 주민 10쌍의 사생활을 찍은 영상이 담겨 있었다. 부산경찰청은 불법 영상물을 촬영한 혐의(성폭력처벌특례법 위반)로 A씨는 구속, B씨는 불구속 입건해 수사했다.

 

2021년 2월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4단독부는 두 사람의 혐의가 인정된다며 A씨에게 징역 8개월을, B씨에겐 벌금 1000만 원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드론 사용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이런 범죄는 일상생활을 불안하게 하고, 특히 피해자에겐 큰 수치심과 외부 유출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게 하는 등 심각한 사회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기상천외한 고공 몰카는 '불법촬영 공화국' 대한민국에서 관련 범죄가 부단히 진화하고 있다는 증거의 일부분일 뿐이다. 범법자들은 촬영 기기를 교묘하게 숨기거나 드론처럼 단속이 어려운 장비를 동원하는 등 범행 수법을 지능적으로 발전시키는 양상이다.

 

드론 몰카부터 성착취물까지… '불법촬영 공화국'의 진화

新 이상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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