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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이상범죄

신 이상범죄 7: '지인 능욕'으로 번지는 딥페이크 범죄

by 북콤마 2021. 6. 7.

사건 시놉시스

사범대를 다니던 20대 여성 A씨는 2020년 11월 임용고시 1차 시험을 앞두고 충격과 절망에 휩싸였다. 수험표 출력을 위해 교육청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시험 접수가 취소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당황한 A씨가 교육청에 문의했지만 "본인 계정을 통해 취소가 이뤄졌기에 구제가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다. A씨는 누군가 자신의 계정을 해킹했다고 확신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수사 결과 원서 접수 계정을 해킹한 범인은 A씨의 중학교 남자 동창 윤씨였다. 더 황당한 일은 따로 있었다. 윤씨가 A씨의 SNS 계정을 해킹하고, 이곳에 2020년 1월부터 10월까지 수차례에 걸쳐 A씨 사진을 합성한 음란물을 올린 것이다. SNS에 있던 A씨 사진을 합성물 재료로 삼았고, 계정 소유자만 볼 수 있는 '셀프 전송' 방식으로 업로드했다.

 

윤씨가 올려놓은 합성사진들은 모두 A씨의 얼굴 사진을 남녀 간 성행위 또는 여성 나체 사진에 합성한, 딥페이크(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특정인 얼굴을 영상물 등에 합성하는 것) 제작물이었다. 윤씨는 A씨의 SNS 계정에 허위 음란물을 만들어 올리다가 종국에는 A씨의 미래가 걸린 임용 시험 접수까지 손댄 것이다.

 

전주지방법원은 정보통신망법 위반과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윤씨에게 2021년 4월 28일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윤씨는 재판에서 "어릴 적부터 A씨를 좋아했지만 소심해 다가갈 수 없었다"며 "A씨 SNS로 합성물을 보내면 A씨가 계정 해킹 사실을 짐작하고 컴퓨터를 잘하는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을까 생했다"고 밝혔다. 윤씨는 합성물 제작에 성적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국내에선 딥페이크 기술이 이른바 '지인 능욕' 범죄와 결합해 더 큰 폐해를 부르고 있다. 기술이 도입된 초반엔 여성 연예인을 대상으로 한 합성물이 대부분이었지만, 이제는 가해자가 알고 지내는 일반인들의 사진을 재료로도 합성물이 만들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인 능욕' 범죄가 생겨나는 이유에 대해 "온라인 성범죄자들이 현실에서 느낄 수 없는 지배감과 통제력을 좇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딥페이크 음란물은 가해자의 '수동적 공격성'과 관련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오프라인상 강력범죄가 적극적 공격성의 결과라면, 온라인 성범죄는 자신을 직접 드러내지 않고도 익명성에 기대 특정인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점에서 수동적 공격성의 작동 사례"라고 설명했다. 현실 세계에서 자신감이 떨어지는 이들이 존재감을 확인하기 위해 온라인에 숨어 공격성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온라인에 숨어든 '지배의 욕망'… 지인 얼굴 합성한 음란물 난무

[新 이상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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