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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도서/우리 시대의 마이너리티

우리 시대의 마이너리티 15: 가정 밖 청소년

by 북콤마 2021. 9. 4.

“부모한테 매 맞다가 죽고 싶다는 생각에 가출

이젠 돌아갈 곳이 없어요”

민수는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마음이 맞는 친구 몇몇과 함께 ‘가출팸’(가출한 학생들이 이룬 무리)을 꾸렸다.

택배를 상하차하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월세방을 마련하고

생활비와 술값, 담뱃값도 벌었다.

그러다 돈이 떨어지면 구걸도 하고 노숙도 했다.

가정을 벗어났지만 민수는 여전히 마음이 공허하고 우울감에 시달린다.

“밖에서 만난 친구들은 내 돈만 쪽쪽 빨아먹더라. 지금까지 제대로 된 친구도 가족도 곁에 없다.”

 

통계

__ ‘2020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초등학생(4~6학년)과 중고등학생 100명 중 4명(3.5퍼센트)이 최근 1년 내 가출한 적이 있다고 나타났다.

__가출 이유로는 ‘부모님과의 문제’(61.7퍼센트)가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학업 문제’(15.9퍼센트), ‘친구들과 함께 하기 위해서’(9.6퍼센트) 순이었다.

__가정 내 문제가 심각할수록 거리 생활이 길어졌다는 애기다.

__전문가들은 ‘가정 밖 청소년’이 될 위험도가 높은 청소년(9~18세 기준)을 5만 6000명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__ 2018년 ‘가정 밖 청소년 실태와 자립지원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가정 밖 청소년은 평균 15.6세에 첫 가출을 경험했다.

 

청소년들이 경험한 가정 내 학대

__‘부모님한테서 심한 말이나 욕설을 들었다’(56.8퍼센트)거나, ‘나의 미래에 관심이 없음’(49.1퍼센트), ‘공부나 생활 비용을 대지 않음’(48퍼센트), ‘멍이 들거나 상처가 남을 정도로 때림’(43.8퍼센트), ‘아파도 그냥 내버려둔다’(33.6퍼센트) 등을 학대로 꼽았다.

 

가정을 떠난 청소년은 부모와 물리적 거리뿐 아니라 정서적 거리도 멀었다

__어려운 일이 있을 때 믿고 의지할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64.8퍼센트가 ‘부모님을 믿지 않는 편’이라고 답했다.

__마음의 병도 깊었다. 가정 밖 청소년의 40.8퍼센트는 최근 석 달 동안 화를 참지 못해 문제를 일으키는 등 분노 조절에 어려움을 겪고, 절반가량(44.4퍼센트)은 모든 일이 재미가 없고 귀찮게 느껴지는 등 무기력감을 경험하고 있었다.

 

가출이 일시적 방황에 그치지 않고 장기화된 청소년

__ 일정 기간 거리 생활을 하다 집으로 돌아가고 다시 집을 나오는 과정을 반복하는 특성이 있다.

__학대가 계속되고 부모와의 갈등이 깊어 원 가정으로 복귀하기가 어려워지면서 결국 자신의 삶을 스스로 꾸려야 하는 상황과 맞닥뜨리게 된다.

__많은 가정 밖 청소년은 장기적인 진로 계획을 세워 자립을 준비하기보다는 당장의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숙련·고위험·불안정 일자리를 맴돌고, 심리적으로는 불안감에 시달린다.

 

‘가출(비행) 청소년’이라는 낙인을 찍고 원 가정으로 복귀시키는 데만 치중할 뿐,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하도록 자립을 돕는 데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사회

__전문가들은 가정 밖 청소년을 단순히 가출 청소년으로 여기는 색안경을 벗고, 가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보호종료 청소년에 대해서처럼 자립을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__위험에 처한 가정 밖 청소년은 개인적 비행 때문이 아니라 가정의 구조적·기능적 문제로 복귀가 불가능한 경우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다.

__“현재는 가정 밖 청소년에 대한 법적 개념도 모호하고 가출을 일시적 비행으로 여기다 보니 이들을 위한 지원은 단순 보호에 치중돼 있다.”

 

‘가정 밖 청소년’으로 바꿔 부르고

예비 범죄자라는 인식도 개선해야

__2017년 1월 국가인권위원회는 ‘가출 청소년’을 ‘가정 밖 청소년’으로 바꿔 부르도곡 여성가족부에 권고했다. 가출한 청소년이 비행 청소년이나 예비 범죄자로 간주돼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__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가출’을 청소년에게 허용될 수 없는 문제 행동으로 보면 최종 목표는 원 가정으로 되돌려 보내는 것이 된다. 하지만 관점을 바꾸면 이들은 가정이 해체돼 돌아갈 곳이 없는 청소년으로 볼 수 있다”

__현재 청소년쉼터에서 퇴소하는 청소년에게는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없다. 여성가족부가 담당하는 가정 밖 청소년에게는 직업훈련이나 학업 지원 같은 현물 지원에 그치고 있다.

__영국: 노숙 청소년을 위한 주거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연고가 없거나 가정 폭력 피해를 본 청소년 등은 56일 이상 거주지가 불안정하면 지방정부가 거주취약자로 분류한 후 거주지를 제공한다.

__미국: 연방정부가 가정 복귀가 불가능하고 자립이 어려운 16~22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전환생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최대 540일까지 안전한 숙소를 제공하고 정서적 치료 등을 지원해 자립을 돕는 식이다.

 

‘가정 밖 청소년’으로 바꿔 부르고 예비범죄자 인식 개선해야

[우리시대의 마이너리티] 가정 밖 청소년 경기 의정부시일시청소년쉼터(포텐)의 이동형 버스와 임시 상담소를 찾아온 청소년들의 모습. 의정부시일시청소년쉼터 제공 2017년 1월 국가인권위원회

www.hankookilbo.com

 

 

우리 시대의 마이너리티

한국 사회에서 유독 힘들게 살아가는 소수자들이 말하는차별 속 또 다른 차별, 타인의 시선!소수자의 삶을 공들여 취재해 있는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뿌리 깊은 사회적 편견과 차별적 인식을 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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