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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도서/생각하는 마르크스

저자 서문 중 <생각하는 마르크스: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

by 북콤마 2017. 2. 14.

사진 Ismael Villafranco

___<생각하는 마르크스>(백승욱 지음) 저자 서문에서

내가 이 책에서 보여주려 한 것을, ‘나는 이렇게 마르크스를 읽었다같은 하나의 독서 길잡이로 생각해봐도 좋을 것이다. 내가 마르크스를 읽고 그의 사유 방식을 내 것으로 만드는 사유 체험을 통해 내 스스로 마르크스의 강점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풀어서 쓴 것이 이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을 생각하는 마르크스로 정했다. 이 제목을 여러 의미로 해석해볼 수 있을 것이다. 마르크스가 어떻게생각했는지 탐구하는 것이기도 하고, 마르크스를 읽은 다음 스스로 어떻게 자신의 생각을 마르크스 방식으로 발전시켜볼 수 있을지 고민해보자는 것이기도 하다.

이렇게 한번 생각해보자. 집을 잘 짓는 목수를 따라다니며 배우는 제자에게 사부는 자신이 지은 좋은 집들을 계속해 보여주고, 집의 세부에 대해 잘 설명해준다. 이를 잘 익힌 제자는 나중에 사람들을 안내하면서 사부가 지은 집의 구석구석이 무엇이며 어떤 용도인지 잘 소개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 그친다면, 사부가 없는 곳에서 그는 자기 손으로 사부와 같은 집을 지을 수 있을까? 그가 집을 지으려면, 완성된 집을 바깥에서 바라보며 외형과 치장을 아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집의 설계부터 시작해 터 닦기, 기본 골조 세우기, 기둥과 지붕을 잇고, 벽과 창틀을 달고, 마루를 까는 하나하나의 과정을 스스로 주도할 역량을 익혀야 할 것이다. 그래야 사부가 없더라도 사부의 손길이 그의 집짓기 실력을 통해 전승될 테니까.

마르크스를 읽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마르크스를 감상하고 암송하는 데서 더 나아가 마르크스식으로 사유하기까지 진전해 가지 않는다면, 마르크스 없는 시대에 우리는 마르크스식으로 건물을 짓는 역량을 키워낼 수 없을 것이다.

자본주의는 늘 변신하고, 새로운 역사 속에서 전개되고 있으며, 항상 새로운 과제와 시련에 직면한 대중들 또한 변신하고 있다. 마르크스가 무엇을 말했는지 무작정 외우기만 하고 마르크스가 어떻게사유했는지를 모른다면, 변화하는 현실 속에서 자기 머리로, 자기 판단으로 변하는 현실을 분석하고 판단하고 대응하는 일은 참으로 곤란하지 않을 수 없다. 논어에 나오는 말처럼, “외우기만 하고 사유하지 않으면 꽉 막히고, 머리만 굴리고 학습하려 하지 않으면 위험하다(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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