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출간도서/한국의 장기미제11

책의 취지와 구성: 장기 미제사건들이 다시 소환되고 있다

by 북콤마 2019. 10. 14.

세간의 기억 너머에 있던 장기 미제 사건들이 다시 소환되고 있다.

 

장기 미제 사건(長期 未濟 事件):

사건 발생 당시 가능한 수사력을 총동원하고도 범인을 특정하지 못해 범행 증거와 관련 증언이 남아 있지 않은 경우. 즉 미제 사건이란 사건 관련자나 단서, 용의 선상에 오른 인물을 대상으로 가능한 모든 수사를 진행했으나 피의자가 특정되지도 새로운 수사 단서도 발견되지 않아 장기 수사 상황이 된 사건을 말한다.

단서가 희박하다. 추적도 벽에 막힌 상태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그렇다 해도 잊어도 될 범죄는 없다. 원점에서 다시 시작한다. 2400쪽에 달하는 사건 기록을 처음부터 다시 넘겨본다. 어느 수사관도 포기하지 않았다. 현장에서 만난 훼손된 삶을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

장기 미제 사건이 풀리게 된 실마리

1. 제보 전화: 목격자도 폐쇄회로 TV도 없는 사건에서는 관련 주변 인물의 제보가 그야말로 절실하다. 1997년의 안양 호프집 여주인 살인 사건19년 만에 해결된 것은 한 시민의 제보 덕분이었다. 제보자가 우연히 당시 사건이 소개된 TV 프로그램을 보다가 피의자를 알아보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제보를 받은 수사팀은 사건 당시 수배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한 용의자의 신원이 제보자의 진술 내용과 일치한다는 것을 파악했다.

2. 공범이 술자리에서 지인에게 털어놓은 한마디 말: 

범죄자도 쫓기는 심정에 불안하고 부담을 떨치기 어렵다. 종종 술자리에서 지인들에게 무심결에 그간의 범행을 털어놓았다가 지인의 제보로 이어지기도 한다2003년에 일어난 의성 뺑소니 청부 살인 사건은 그런 식으로 12년 뒤 엉뚱한 데서 실마리가 풀렸다. 양심의 가책을 느낀 공범 중 한 명이 우연히 술자리에서 지인에게 범행을 털어놓았다가 그 말이 경찰의 귀에 들어갔다. 범행 내용을 들은 지인이 금융감독원에 신고를 했고 금융감독원이 사건을 경찰에 이첩한 것이다

3. 시간이 흐르면서 발전한 과학수사 기술: 

33년 전 한국 사회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화성 연쇄살인 사건은 세월이 흐름에 따라 진화한 과학수사 기법 덕분에 범인의 꼬리가 잡혔다. 범인은 경찰에 14건의 살인을 포함한 범죄 행위 일체를 자백한 상태다. 장기 미제로 남아 있던 사건의 실마리는 국립과학수사원이 밝힌 DNA(유전자 정보) 검사 결과였다.

2000년 발생한 서울 대림동 커피숍 여주인 살해 사건의 진범도 13년 만인 2013년 그렇게 잡혔다. 사건 당시 단서는 커피숍 카운터 위 물컵에서 발견된 쪽지문 8점이 전부였다. 하지만 지문 일부만 채취된 상태라 당시에는 감정이 불가능했다. 그러다가 지문 감식 기술이 비약적으로 향상된 덕에 정밀 재감식을 하면서 범인을 특정할 수 있었다.

2001년에 일어난 나주 드들강 여고생 성폭행 살인 사건의 경우 사건 당시 현장에서 범인의 DNA가 발견됐지만 당시 과학수사 수준에선 전혀 해결의 실마리가 되지 못했다. 사건이 발생하고 10년이 넘게 지나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가던 20129월 대검찰청은 뜻밖의 소식을 경찰에 전해왔다. 강력범들의 DNA를 등록하다가 피해자의 시신에서 발견된 DNA와 복역 중인 한 수감자의 DNA가 일치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이렇게 DNA 분석 결과가 장기 미제 사건의 실마리가 되고 알고 봤더니 범인이 이미 교도소에 수감돼 있었다는 사정은 화성 연쇄살인의 경우와 동일하다.

네이버 책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55573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