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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판결,판결의현재2

추천사, 이중의 풍경화: <현재의판결,판결의현재2>

by 북콤마 2023. 8. 24.

추천의 글: 이중의 풍경화

차병직 변호사

세상을 이해하는 경로는 여러 갈래다. 판결문을 통해 세상을 탐색하는 일은 보통 사람들에게 익숙한 방식은 아니다. 재판이야 법정에 가서나 영화로 보기는 하지만, 그 결론에 해당하는 판결문은 소설만큼 쉽게 읽히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권력을 감시하는 눈초리는 재판을 통해 우리 사회의 갈등을 확인하려는 관성을 지니고 있다. 그 힘에 이끌리어 판결문을 뜯어보고, 의문을 제기하고, 개선 방향을 제안한다.

1년 동안 전국의 법원과 헌법재판소에서 다루는 사건은 700만 건에 육박하는데, 매일 2만 건 가까이 접수된다는 계산이다. 과장해서 말하면, 세상의 모든 일이 법원에서 결론을 맺는다. 우리 일상의 삶이 법원 주변에 모여들고 그 문턱을 넘는 사연이 사건으로 바뀌면서 단층촬영의 화면처럼 기록으로 남는다. 판결문이라는 이름의 세태를 담은 필름을 시민의 진보적 열망이 일으키는 빛에 투과시켜 해독한다. 그 결과가 여기서 펼치는 비평적 칼럼이다.

 

동성 배우자의 제도적 사회보장은 왜 불가능한가, 성전환 군인의 강제 전역은 옳은가, 장애인의 필요 시설 접근권은 소매점까지 확장되는가, 발달장애인은 투표할 수 없나, 점자 선거공보는 면수를 꼭 줄여야 하나, 아파트 경비노동자의 변칙적 휴식 시간에 대한 임금 지급은, 베트남전쟁에 파견된 한국군에 의해 학살당한 피해자 유족들의 손해배상을 인정한 의미는, 미군 기지촌 ‘위안부’ 제도에 대한 국가 책임은, 가명 처리한 정보도 보호 대상의 개인정보인가, 해외 콘텐츠를 제공하는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나 접속료를 내야 하나, 사기극 경품 소란을 일으킨 홈플러스는 유죄인데도 왜 이익을 모두 가져갔나, 난민과 비난민으로 갈라진 어린 아들과 아버지의 운명은, 북한 회사가 남한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건다면?!

선정한 사건을 제목처럼 요약한 다음에 물음표를 달 것인가, 느낌표를 칠 것인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어떻게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으로 바뀌어야 하는가에 대한 분류와 선택의 기준이 두 부호 사이에 있다. 그것을 제시한 것이 이 책에 실린 의견이요 주장이며 미래에 속한 작은 사상의 씨앗이다.

 

짧은 길이의 판결 비평이지만, 단순한 설명에 그치는 스케치가 아니다. 동성 사이의 성행위를 무조건 처벌하는 군형법 규정에 제동을 건 대법원은 같은 유형의 사건에서 하급심 판사가 스스로 헌법 재판까지 감행하는 결단주의적 용기를 발휘하는 사정들이 겹쳐 전원합의체에 이르렀는데, 느낌표 부여에 멈추지 않고 해당 조문의 폐지와 실효의 주장으로 나아간다. 이어서 성소수자 단체의 체육 행사에 장소 대여를 거부한 지방자치단체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에도, 잠깐의 박수에 이어 인권적·헌법적 관점에서 결여된 논리를 지적하는 의문 부호를 붙인다. 따라서 이 책에 담긴 내용은 우리 사회를 치열하게 그려낸 이중의 풍경화이자 삼중의 세밀화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무수한 사건은 먼지와 같다. 저마다 사건 속에서 살아가고, 사건의 일부가 된다. 사건은 너와 나의 환경이다. 사건의 요소들이 충돌해 염증처럼 상처가 생기면, 말과 문자로 진단하고 치료하는 법원으로 간다. 재판은 시작과 끝이 불분명한 사건을 편의대로 잘라 법·제도의 틀에 맞추는 공권력의 작용이다.

그 결과는 주는 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사법 감시의 눈으로 검토해야 한다. 삶의 사법적 인식에 대한 사후 청문회처럼 검증을 통해 메타 인식의 표지를 만들어내야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 우리만 옳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우리의 주장을 굽힐 수 없는 이유다. 부분의 모순을 포기할 수 없는 경우가 있는 법이다. 참여연대의 분류법이 행해지는 지점에서 적용되는 기준의 하나는, 평범한 사람들이 삶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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