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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판결,판결의현재1

판결비평이 새로운 법원을 만든다, 책의 취지와 구성

by 북콤마 2019. 8. 8.

<현재의판결,판결의현재>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지음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의 주요 사법 판결에 대한 판결비평. <공평한가?: 법리는 무엇인가, 판결비평 2005~2014>에 이은 두 번째 단행본이다.

책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과 국정농단 사건 판결을 비롯해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의 대법원 판결 등 지난 5년을 돌이켜봤을 때 주목해야 할 판결 36편을 정리했다.

"판결을 공론장으로 끌어내고, 법원도 성역이 아닌 시민감시의 대상이라는 인식이 확산할 수 있도록 판결 비평 사업을 앞으로도 지속할 예정"

연합뉴스 서평https://www.yna.co.kr/view/AKR20190806172300004

판결비평이 새로운 법원을 만들 것이다

현재 법원은 세간에서 판결을 평가하는 게 꺼려지는지 보통 판결문 공개를 최대한 제한한다(법원이 자발적으로 공개하는 판결문도 있지만, 이는 전체 판결의 0.1퍼센트에 불과하다). 한국에서 판결문은 비공개가 원칙인 셈이다.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판결문은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 말이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의 법관, 즉 판사와 대법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한 판사가 30년 이상 재직하는 동안 수천 건의 판결을 선고했다고 해도 시민들에게 공개된 판결문은 거의 없다. 판결문이 공개되지 않으니 판결비평도 부족하다. 판결비평이 부족한 상황에선 판사를 평가하기가 어렵다

이런 과정을 지켜보는 평범한 판사의 머릿속에는 자신에 대한 평가 요소가 좋은 판결보다 좋은 경력에 있다는 생각이 자리 잡게 된다.” 그런 판사는 재판받는 시민들의 평가보다는 법원 내 인사권자의 평가를 중시하게 된다. 인권을 수호한다는 헌법적 사명보다는 조직의 이익과 조직 내 평판을 우선시하게 된다.

이제 시민들이 판결문을 읽고 판결비평을 하기 시작하면 사법부는 변화의 요구에 마주하게 될 것이다. 판결비평에는 어떠한 자격도 필요 없다. 주권자이기만 하면 된다. 판결비평이 대중화되어 시민들이 판결문을 읽고 판결비평을 시도하면, 법조계에 새로운 질서가 자리 잡을 것이다.


책의 취지와 구성

유무죄 결과와 여론 동향을 제시하던 수준에서 벗어났다: 역사 다시 쓰기로서 판결비평

시간이 흐른 뒤 다른 역사를 가정해보는 방식으로 비평을 하면, 판결의 의미와 기능을 다른 각도에서 재조명하는 효과가 생긴다

이를테면 부마항쟁 당시 계엄 포고는 위헌 무효라고 판단한 대법원 판결을 비평하면서, 20173월 기무사가 탄핵 촛불 정국 당시 위수령과 계엄 시행을 검토했던 것을 떠올리고 내란 음모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한다

2019년 강원랜드의 150억 원 부당 지원을 주도한 사외이사들에 대한 판결을 비평하면서, MB 정부 자원 외교의 주요 관련자로서 국고 22조 원 손실을 야기한 공기업 3사의 이사들을 연상한다

그리고 2009년 교사들의 시국선언 사건을 거의 9년이 지난 시점에서 다시 돌이켜보면서, ‘이명박근혜정부에서 구성한 보수 성향의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서조차 각각 85, 54로 찬반 의견이 엇비슷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중도·진보 성향으로 교체될 경우 교원과 공무원의 정치 기본권 보장이 멀지 않다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판결비평은 법원의 판결과 결정의 의미를 당시 국면에 국한하지 않고 시간의 지평을 넓혀 봄으로써 새로운 시각과 통찰을 확보한다. 지난 사건을 되돌아보고 다시 쓰기를 시도한 것은 해당 재판부의 특수성과 사법부 전체의 지나치게 느린 흐름을 상대화함으로써, 혹시나 인권의 바탕에 어긋남이 있었는지를 반추하기 위해서다.

법리를 살폈다: 국민들의 상식에 부합한가

재판부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헌법을 수호할 의무를 저버리는 판결을 내릴 때는 그들만의 법 해석, 법 문안을 따른다는 구실을 내세운다. 견강부회를 감추기 위해 그들이 앞세우는 것이 법리다. 그때 시민이 수긍할 수 있는지는 전혀 감안하지 않는다. 상식에 비춰보면 구색 맞추기 외에 다른 설명이 불가능한데도, 그들은 법 문안을 위헌적으로 해석하고 기존 대법원 판례를 들며 시대의 요청을 거스른다. 어떻게 보면 가장 약한 고리에 해당하는 법리를 파고드는 재판부의 모습에 맞서, 판결비평의 저자들은 정확한 정의를 찾아내고 역사적 맥락을 고려함으로써 새 길을 제시한다

네이버 책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52989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