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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도서/한국의 장기미제11

<한국의 장기미제> 4회: 포항 흥해 토막 살인 사건

by 북콤마 2019. 12. 6.

<한국의 장기미제> 4회: 포항 흥해 토막 살인 사건

사건 시놉시스

2008년 7월 8일 경북 포항 북구 흥해읍 도로변. 갈대숲 사이에 널브러져 있는 포대와 비닐봉지에 담긴 사람의 양팔과 다리는 이미 심하게 부패돼 있었다. 장마철을 지나며 수일간 비와 폭염에 노출돼 빨리 상한 듯 했고, 짐승들에게 물려 훼손된 흔적도 선명했다. 2주가 지난 7월 22일 팔다리가 처음 발견된 곳으로부터 1.2㎞ 떨어진 도로변에서 몸통도 수습됐다. 당시 시신을 부검한 법의학자는 “이리 처참한 사체는 처음 봤다”고 토로했다.

다행히 왼쪽 손가락 지문 일부와 대퇴골 부위로 간신히 신원을 확인했다. 피해자는 포항 남구 동해면에 사는 40대 후반 여성 이씨였다. 이씨의 사인은 설골 골절, 즉 목이 졸려 죽은 것으로 추정됐다. 알몸 상태이긴 했으나 피부나 장기에 특별한 상흔이 없어 성폭행 사건처럼 보이진 않았다. 경찰은 “범인이 이씨의 목을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쉽게 옮기기 위해 절단한 것으로 보였다”고 전했다. 범인은 피해자의 신원을 감추기 위해 지문이 있는 오른쪽 다섯 손가락을 모두 절단했다. 휴대폰이나 소지품 옷가지 하나 남기지 않았다. 이에 비해 사체의 왼쪽 손가락은 멀쩡했다.

이씨 실종 신고는 연락이 끊기고 열이틀이 흐른 6월 24일에야 접수됐다. 신고자는 남편 남씨였다. 이씨 집 인근과 시신 유기 현장에 방범용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아 영상 증거도 부족했고, 유기된 시신마저 발견 당시엔 빗물과 더위에 부패돼 범인의 DNA 검출이 안 됐다. 빗물에 모두 씻겼거나 범인이 장갑 등을 철저히 준비했는지 사체를 포장했던 비닐봉지와 포대, 청테이프에도 지문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수사팀이 처음에 주목했던 인물은 이씨를 가장 마지막으로 목격한 남편 박씨. 강도의 우발적 범행이라기엔 사체 훼손 정도가 너무 잔인해 면식범 소행으로 추정했다. 게다가 범행 추정 시간대 남편의 알리바이가 명확하지 않은 데다, 평소 부부 관계가 좋지 않았고 자주 다퉜다는 주변의 증언도 나왔다. 그러나 수사 초기부터 2년 넘게 박씨의 집을 들여다 본 형사들은 어떠한 범행 증거도, 특이점도 찾지 못했다. 세면기와 수도배관을 정밀 감식하고 박씨가 렌터카를 사용한 흔적이 있는지 살폈지만 혐의점은 없었다. 

사건 포인트

살인 동기, 우선 면식범인가: 범인은 범행 전 쇠톱 등 흉기를 준비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피해자의 신원이 밝혀지지 않게 하려고 사체를 다섯 부분으로 토막 내 유기했다. 지문도 확인하지 못하도록 오른쪽 손가락을 모두 절단했다. 왜 왼쪽 손가락은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지는 의문이다.

강도범의 우발적 범행인가: 피해자의 소지품이 없어진 것을 보면 그럴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성폭행을 당한 흔적이 없고, 사체를 훼손한 정도가 심하고 잔인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 강도범의 소행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수사의 어려움: 피해자를 마지막으로 목격한 이는 남편 박씨였다. 평소에 아내와 다툼이 잦았고 실종된 지 열이틀 만에 신고한 박씨를 용의 선상에 올렸으나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또 주변 인물 300여 명을 수사했으나 모두 범행 추정 시간대에 알리바이가 있었다. 범행 도구로 추정되는 쇠톱 또한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았다. 사체 유기 장소 주위엔 폐쇄회로 TV가 하나도 없었고, 사체는 부패가 심해 피의자의 DNA가 검출되지 않았다. 한마디로 수사의 단서가 될 만한 것이 없었다.

네이버 책: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5557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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