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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 청산 문제

1974-1975년 동아일보 대량 해직에 대한 법원의 결정, 과거사위의 결정을 뒤집은 판결

by 북콤마 2014. 4. 21.

 

"사건 당시 시대적 상황만으로 정부가 동아일보사에 언론인 해직을 요구했다는 사실을 진실로 인정하기는 무리가 있다."

"해직 사건과 정권의 요구 사이에 관련성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다."

과거사위의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동아일보의 주장을 1심 재판부가 받아들였네요

동아투위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도 주목할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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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판결은 동아투위 정신 훼손 폭거”
“정부가 해직 요구했다는 건 무리” 법원 판결에 언론연대·민언련 성명

한국기자협회. 2014-4-17. 김희영기자

1970년대 ‘동아일보 기자 대량 해직 사태’가 정권의 요구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법원 판결에 대해 언론단체들이 “동아투위 정신을 훼손한 반역사적 폭거”라며 동아일보사에 즉각적인 사과와 배상을 촉구했다.

지난 15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는 동아일보사가 ‘동아일보 해직언론인에게 사과할 것을 권고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과거사위)의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사건 당시 시대적 상황만으로 정부가 동아일보사에 언론인 해직을 요구했다는 사실을 진실로 인정하기는 무리가 있다”며 “해직 사건과 정권의 요구 사이에 관련성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는데도 과거사위원회가 진실규명 결정을 잘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16일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성명을 통해 “민주언론운동사에 대한 이해와 역사적 인식을 결여한 법원의 판결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재판부의 판단은 ‘당시 언론인 해직은 경영상의 문제이며 유신정권의 탄압과 관련이 없다’는 동아일보의 변명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우리사회가 경주해 온 과거사 청산의 성과를 무너뜨리고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되돌리는 사법부의 폭거 앞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동아일보에 대해서도 “과거사위의 결정은 동아일보에 일방적인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었다. 도리어 동아일보가 독재정권이 자행한 언론탑압의 피해자임을 인정하며, 또한 자사의 기자들을 부당하게 쫓아낸 가해자로서 잘못된 과거사를 청산하라고 권고한 것”이라며 “그러나 동아일보는 역사와 화해하는 것을 끝내 거부했다. 역사의 진실은 사라지지 않고, 거짓과 왜곡으로 다시 쓸 수 없다. 동아투위(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의 자유언론실천 정신은 언론운동사에 영원히 빛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974년 동아일보 기자들은 정권의 부당한 언론탄압에 맞서 ‘자유언론실천선언’을 발표했다. 이 때문에 동아일보에는 무더기로 광고가 취소됐고, 다음해 동아일보 기자와 피디, 아나운서 등 113명이 해고됐다. 당시 해직자들은 동아투위를 조직해 언론민주화 운동을 시작했고, 지난 2008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진실규명 결정을 통해 “동아일보 광고 탄압과 기자 대량 해직은 중앙정보부가 주도했다”며 동아일보사에 관련 언론인들의 피해와 명예를 회복시키는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동아일보사는 이에 대해 이의를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번 소송을 냈다.

16일 민주언론시민연합도 “우리는 유신독재정권에 면죄부를 주고 대량 해직 사태를 한낱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축소한 재판부의 ‘정치재판’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판결은 지금의 재판부가 유신독재 시절 정권의 충견 노릇을 하던 재판부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고 지적했다.

또 “독재정권의 탄압에 정면으로 맞서던 언론인들이 대량 해직된 사건에 정권이 개입하지 않았다는 것은 도무지 이치에 닿지 않는다”며 “게다가 동아투위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재판부마저 박 정권의 압력 때문에 대량 해직 사태가 벌어졌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량 해직 사태를 책임질 생각은 없이 소송을 걸어 사과든 배상이든 무조건 피해가려고만 하는 동아일보사의 작태는 그야말로 추악하기까지 하다”며 “동아일보사는 대량 해직 사태의 피해자들에게 진정성 있게 정중히 사죄하고, 40년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 책임 수단을 강구하라. 정권의 요구에 너무도 쉽게 휘둘렸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더는 과거와 똑같은 과오를 저지르지 말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