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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도서/일본제국 vs. 자이니치

KBS 'TV 책을 보다' 녹화 후기, 김응교 교수 <일본제국 vs. 자이니치>

by 북콤마 2015. 8. 11.



아래 글은 김응교 숙명여대 교수께서 녹화를 마치고서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8월 10일 KBS 'TV 책을 보다'에 김응교 교수, 조경희 교수, 윤지영 변호사, 이범준 기자 

출연해서, 자이니치의 현실과 역사에 대해 진솔한 말씀 나누었습니다.

특히 김교수께서 시종 밝은 분위기를 헤아리고 대화의 큰 틀을 이끌어주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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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facebook.com/photo.php?fbid=887295794658033&set=a.101359173251703.534.100001328611593&type=1&theater


롯데 가족들의 한국어가 어색하다고 하는 어제, 이범준 지음 『일본제국 vs. 자이니치』 ( 북콤마, 2015)으로 KBS < TV 책을 보다 > 녹화를 했다. 방송은 다음주 8월 10일(월) 밤 11시 40분에 방송된다. 일본이나 디아스포라에 관심 있으신 분은 꼭 보시면 한다.

롯데그룹 가족들이 우리말을 제대로 못하는 것을 지적하는 글을 많이 보았다. 돈 버는 방식이나 노동자를 대하는 문제 등 그런 것을 지적하면 좋겠다. 우리가 존경하는 자이니치 서경식, 강상중, 윤건차 선생님이나 요즘 티뷔에 많이 나오는 추성훈 선수 말투도 롯데그룹 아드님들 말투와 별 차이 없다. 그저 익숙하기만 한 '우리'식의 표현과 같지 않다고 해코지 하는 행위는 곧 '날카로운 배제의 칼'일 뿐이다. 새터민, 외국인 노동자, 결혼이주자들 말투에도 욕을 할 것인가. 부자라고 돈 많이 주고 배우면 우리말이 능숙해질까. 10여년간 외국 대학에서 가르쳐 본 경험으로는 언어란 쉽지 않다. 신기하게도 네이티프와 똑같이 말하는 이도 있으나, 한국에 유학을 10여년 해도 고쳐지지 않는 이가 있다. 서울 생활 평생 해도 고쳐지지 않는 평양 말투, 부산 말투를 배척할 것인가. 부자든 가난하든 인간의 신체에 대해 차별하면 그것이 곧 사람을 죽이는 칼이다.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아이들이 한국에 와서 한국말을 잘 못하면 "영어 잘 해서 좋겠다"라고 하면서, 일본에서 자란 아이들이 한국어를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면 꾸짖는다. 자이니치들의 말투를 지적하는 것은 자이니치들에게 너무도 큰 상처를 준다. 내가 가르쳤던 수많은 재일교포 아들딸들이 한국에서 택시 탔다가 "왜 한국인이 한국말을 제대로 못 하느냐"는 말을 자주 들었다고 한다. "내 조국인데 선생님 말 못 한다 하여 다시 가기가 무서워요.", "다시는 안 갈 꺼예요"라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중심주의는 주변을 좁은 괄호에 넣고 사람을 차별하는 행위다. 제주도나 전라도 사투리 쓴다고 차별하는 꼴이다. 영어에도 인도 영어, 블란서식 영어, 모두 틀리다. 방송 중에 몇 번 말했지만 자이니치 말투로 차별하고 지적하는 행위는 그만 두자.

방송하면서 전에 <NOW>(http://go9.co/DXy) 진행할 때 초대하고 싶었던 윤지영 변호사님(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과 꼭 뵙고 싶었던 자이니치 조경희 Cho Kyung Hee 교수님(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을 뵈었다. 작가 이범준 기자님은 책만치 잔잔하시고 빈틈없는 분이셨다. 김솔희 아나운서는 고운 외모 이상으로 늘 겸손하시다.

1.
일본에 사는 코리언을 일본인은 조센징, 북한에서는 '째포'(재일동포), 한국에서는 재일동포라고 부르는데 정작 당사자들은 스스로 '자이니치'라고 호명한다. 자이니치라는 단어에는 재일동포’가 살아온 설움과 차별 등의 문화를 담고 있다. 번역은 단어를 번역하는 것이 아니라, 번역대상의 문화와 영혼을 번역해야 한다. 'Hot dog'를 뜨거운 개라고 번역할 것인가? 핫도그는 핫도그다. '김치'를 무슨 샐러드라고 번역하면 좋겠는가? 김치는 Gimch라고 해야 한다. Kimch도 아니다. 강상중 선생의 『자이니치』라는 책이 『재일 강상중』이라고 번역된 것은 아쉬운 일이다. 내가 쓴 논문과 번역서에는 모두 '자이니치'라고 써 있다. 곧 출판하기로 한 졸저『자이니치 디아스포라 문학』에도 '자이니치'라고 쓰고 있다.

서울, 평양, 도쿄로 나누어 서술하고 있는 이 책은 특이하고 귀한 책이다. 자료를 대하는 자세가 좋다. 취재 대상 자이니치들의 말씀 그대로를 담았고, 녹취한 일본어와 우리말 번역문을 이 말이 맞는지 다시 인터뷰 한 분들에게 보내 확인했다고 하는 과정이 아주 좋았다. 또한 자잘할 것 같은 자료 사진 등이 정확하게 자리하고 있다. 이 책에 실린 사진과 사진 설명을 꼼꼼히 보셔야 합니다. 균형 감각도 좋았다. 자이니치가 하는 일은 무조건 좋다거나 일본인이나 일본의 정책은 무조건 나쁘다거나 하는 편향성이 거의 없다. 인권을 위해 애쓴 일본인들에 대한 기록도 좋았다.

2.

사진: 김응교 교수 페이스북


'조선'이란 국적 문제에 대해서도, “만약 조선이 해방 두 다시 조선이 됐거나 국가의 이름이 바뀌었더라도 통일국가였다면, 지금처럼 조선적이 남아 식민지를 체현할 수 없었다. 그런 점에서 조선적은 식민과 분단의 역사를 모두 드러낸 존재다.” (51면)라는 설명도 잊지 말아야 할 표현이다.

북송선, 귀국선 등으로 불리는 '자이니치 대이동'에 대한 대목이 눈에 들었다. 1959년부터 일본에 사는 10만 명의 사람들이 고도경제성장을 막 시작하는 아시아의 가장 부유한 나라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갔던 것이다. 놀라운 사실은 "자이니치 본적지의 98%는 남쪽 출신"(139면, 사진)이라는 점이다. 혈연적 고향은 남쪽이지만, 자이니치의 6분의 1 정도가 북한에 가면서, 아버지나 어머니 혹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북쪽으로 가버린 '정서적 고향'이 북쪽이 된 것이다.

국적에 얽힌 이야기, 민족학교에 대한 이야기, 극우혐한세력 ‘자이토크카이’의 헤이트 스피치(185면), '제도적 차별/ 자이니치의 투쟁', 일본인 양심세력 등 꼭 보시기를 권한다. 우리 안에 디아스포라들, 그러니까 탈북 새터민, 결혼이주자, 결혼이주자의 2세들, 외국인 노동자, 이런 분들을 생각하면서 나는 이 책을 반성적으로 읽었다. 어떻게 이런 귀한 보석을 선택하셨을까. Wahnhee Lee 피디님과 Jiwon Han 작가님의 안목이 돋보이고 고마웠다. 이런 의미 깊은 책을 소개하는 프로그램 자문위원으로 함께 해서 보람 있다. 한 분이라도 이 방송을 더 보시라고 이 글을 쓴다. 일정표에 적어 놓고 꼭 보시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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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8. 4)

 Cho Kyung Hee님, 윤지영님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