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출간도서/덜미,완전범죄는없다4

<덜미,완전범죄는없다4> 15회: '어금니 아빠' 추행·살인 사건

by 북콤마 2021. 7. 28.

딸 친구 살해부터 아내 자살방조 사건까지

2017년 9월 30일 여중생 딸이 밤늦도록 돌아오지 않자 밤 11시 20분경 부모가 인근 지구대에 실종 신고를 접수했다. “딸이 친구를 만나러 나가서 들어오지 않고 휴대폰도 꺼져 있다”는 내용이었다. 경찰은 실종된 여중생의 행적을 조사하고 주변 사람들을 탐문하던 중 실종 당일 한 친구를 만난 뒤 연락이 끊긴 사실을 파악했다.

 

이후 친구의 신원과 집 주소를 알아낸 경찰이 10월 2일 오전 11시쯤 친구의 집을 처음 방문했다. 하지만 문이 잠겨 있고 집엔 아무도 없었다. 경찰은 본격적으로 친구 집 주변의 CCTV를 살펴보다가 피해자가 친구와 함께 친구 집으로 향한 뒤 나오지 않은 사실까지 확인했다.

 

그런데 그 집은 보통 집이 아니었다. 집주인인 친구 아버지는 언론에 여러 차례 소개됐던 화제의 인물이었다. 이후 실종 사건을 형사 사건으로 전환하고 유력 용의자로 친구 아버지를 추적하던 중 10월 5일 서울 도봉구 한 은신처에서 잠자고 있던 부녀를 긴급 체포했다.

 

범인은 2006년부터 잇몸에 종양이 자라는 희귀 난치병으로 알려져 각종 매체의 관심을 받아온 ‘어금니 아빠’ 이영학(당시 35세)과 여중생 딸(14세)이었다. 부녀가 앓고 있는 ‘거대백악종’은 치아와 뼈를 연결하는 조직에 종양이 자라는 유전병. 자신과 같은 병을 가진 딸을 지극히 돌본 사연으로 언론에 여러 차례 소개돼 화제가 됐고, 많은 얼굴 수술을 받아 치아 중 어금니만 남게 돼 ‘어금니 아빠’라는 별칭으로 불려왔다.

 

두 사람이 피해자의 사체를 유기한 곳은 강원도 영월의 깊은 야산이었다. 현장 수색에 나선 경찰은 이씨의 집 앞에 설치된 CCTV에서 10월 1일 오후 5시 18분 딸이 피해자의 시신이 든 것으로 추정되는 검은색 여행 가방을 아버지와 함께 차량 트렁크에 싣는 영상을 확보했다. 딸 이양이 어떻게 해서 친구를 유인하고 나중에는 그 시신을 유기하는 일에 가담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또 공교롭게도 이영학의 아내 A씨(32세)가 사건이 발생하기 한 달쯤 전인 9월 6일 자택에서 투신해 사망한 일이 있었다. 사실 A씨의 몸에 폭행을 당한 흔적이 있어서 경찰 수사과에서 이번 여중생 살인 사건 이전부터 이영학을 자살방조 및 폭행 혐의로 내사하던 중이었다.

 

체포된 후 ‘어금니 아빠’가 딸 수술비 명목으로 후원받은 돈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정황이 속속 드러났다. 수사 결과 이영학이 2005년부터 2017년까지 모은 후원금은 총 12억 원에 달했다. 수술비가 없다던 이영학은 고급 외제차를 사고 개조하는 데 수천만 원을 쓰며 호화로운 생활을 즐겼다. 주변에 생활고에 시달린다고 말해오던 이씨가 아니었다. 그는 모금한 돈으로 차량 20대를 사고 문신과 성형을 하는 등 딸의 치료와는 관계없는 개인 유흥비로 지출했다.

 

사건 일지

2006년 12월 거대백악종을 앓는 부녀의 사연이 방송된 뒤 이영학이 ‘어금니 아빠’로 화제의 인물이 된다.

2017년 9월 1일 이영학 아내 A씨가 영월경찰서를 찾아가 남편의 의붓아버지 B씨한테 성폭행을 당했다며 고소장을 제출한다.

9월 6일 오전 12시 50분경 A씨가 자택에서 투신해 사망한다.

9월 30일 낮 12시 20분경 이영학 부녀가 사전에 공모한 상태에서 딸이 피해자를 만나 집으로 데려온다.

10월 1일 낮 12시 30분경 수면제 약효가 떨어진 피해자가 깨어나 소리를 지르자 이영학이 살해한다.

오후 5시 18분 이영학 부녀가 차량에 시신을 담은 여행 가방을 싣고 나간다. 이후 영월의 야산에 피해자의 시신을 유기한다..

10월 5일 경찰이 도봉구 은신처에서 이영학 부녀를 긴급 체포한다.

10월 10일 이영학이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를 살해한 혐의를 시인한다.

10월 12일 경찰이 이영학의 얼굴 등 신상 정보를 공개하는 한편으로 프로파일러를 사건에 투입한다.

10월 13일 경찰이 이영학이 성욕을 해소할 목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결론짓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다.

2018년 2월 21일 서울북부지방법원이 이영학에게 사형을 선고한다.

9월 6일 서울고등법원이 이영학에 대해 무기징역으로 감형한다.

 

태연하게 범행 재연하는 '어금니 아빠' 이영학(사진)

[저작권 한국일보] 여중생 딸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어금니 아빠 이영학씨가 11일 오전 서울 중랑구 사건 현장에서 진행된 현장검증에서 시신이 든 검정색 가방을 차

www.hankookilbo.com

한국일보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