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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도서/그것은죽고싶어서가아니다

디그니타스 대면 인터뷰 3: <그것은 죽고 싶어서가 아니다>

by 북콤마 2021. 8. 3.

노인들 중에서 조력자살을 택하려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2006년 11월 스위스 연방대법원은 정신적 능력(mental capacity)에 결함이 없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삶을 끝낼 시간과 방법에 대해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결론지었다. 2011년 1월엔 유럽인권재판소(European Court of Human Rights)가 이 결정을 옹호했다. 스스로 삶의 마지막을 결정하는 것 역시 인권이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말기 환자만 이 권리를 갖고 있거나 그만큼 아프지 않은 사람은 이 권리가 없다고 말할 수 없다. 법적으로 따지면 차별이다.

디그니타스에서 15년간 일하며 봐온 사람들 중에 건강한데 죽으려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만일 신체적으로 건강한데 죽으려고 한다면 분명 그 뒤에 숨은 사연이 있다. 그 이유를 찾아서 살펴보고 개선할 방법을 찾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다. 조력자살을 요청하는 이면에는 병뿐만이 아니라 삶이 좋지 않다고 느껴지는 뭔가가 있을 것이다. 그걸 같이 찾아보자는 것이다.

 

지켜보는 가족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트라우마)가 매우 크다는 의견도 있다.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더 큰 트라우마를 남기는 건 가족에게 말없이 혼자서 위험한 자살을 시도했을 때다. 우리는 조력자살을 준비할 때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가족과 친구들이 조력자살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경우엔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이 모든 여정의 동반자가 돼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단순히 조력자살(assisted suicide)이라고 하지 않고 동행자살(accompanied suicide)이라고 한다.

 

디그니타스가 너무 비밀스럽다는 얘기도 있다. 사무실의 주소는 왜 공개하지 않는가.

우리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원이 12명밖에 되지 않는 비영리 단체다. 그런데 전 세계 사람들이 매일같이 온다고 상상해보라. 가끔 디그니타스를 병원으로 착각하고 멀리 외국에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다. 굳이 여기까지 오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전화나 이메일 등으로 소통할 수 있다.

 

한국도 조력자살을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물론이다. 한국인은 한국에서 통증 완화의료와 소극적 안락사, 조력자살, 적극적 안락사 등 삶의 마감에 대해 모든 결정을 할 수 있는 권리를 가져야 한다. 물론 이는 한국인들이 결정할 문제다. 다만 한국인들도 스위스인과 똑같은 선택을 할 기회는 있어야 한다. 농담 같지만 우리는 (디그니타스가) 없어지기 위해 일한다. 더는 모든 사람이 디그니타스를 찾지 않으면 우리는 문을 닫을 것이다. 그게 우리의 목표이고 철학이다.

 

디그니타스 창립자 루드비히 미넬리

__디그니타스는 1998년 5월 루드비히 미넬리에 의해 설립됐다. 그는 원래 지역 일간지와 타블로이드 잡지 등에서 일하던 기자였지만 뒤늦게 취리히대에 들어가 법학을 공부하고 54세의 나이에 변호사가 됐다.

 

__그때까지만 해도 외국인을 대상으로 조력자살을 전문적으로 도와주는 단체는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법과 여론을 이용할 줄 아는 미넬리가 조력자살을 원하는 수요와 ‘이기적 동기로 자살을 도왔을 경우 처벌할 수 있다’는 한 줄짜리 조항의 법적 공백을 활용해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조력자살 단체를 세우고 운영하게 된 배경이 읽히는 대목이다.

 

__디그니타스 설립 20주년 자료를 보면 디그니타스의 출발점은 자살 예방 운동이었다고 소개하고 있다. 미넬리는 당시 스위스에서 가장 큰 조력자살 지원 단체였던 엑시트의 책임자 페터 홀렌슈타인의 법률 자문을 맡고 있었다. 홀렌슈타인은 단체가 자살 시도를 줄이는 일에 참여해야 한다고 이사회에 제안했다가 반대 세력에 부딪혀 좌절되고 말았다. 이사회 발언권이 없었던 미넬리는 곧바로 이 초안을 기초 삼아 새로운 단체를 만들었는데 그게 디그니타스다.

 

한국인 2명 안락사 지원, ‘디그니타스’ 공동대표 단독 인터뷰

누군가 “죽고 싶어요”라고 말할때 “함께 얘기해요”라고 답하죠, 89개국 9000명 회원 둔 스위스 비영리단체1998년 설립 이후 2700명 조력자살 도와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했는지 꼼꼼히 확인 준

www.seoul.co.kr

 

그것은 죽고 싶어서가 아니다

“스위스에서 조력자살을 한 한국인이 2016년과 2018년에 각각 1명씩 있었다.”__디그니타스조력자살을 위해 스위스로 간 한국인을 찾아서책은 스위스에서 조력자살을 감행한 한국인 2명이 있다

book.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