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출간도서/이런 시급 6030원

<이런 시급 6030원> 추천사, 조성주 미래정치센터 소장

by 북콤마 2015. 10. 6.



인간에 대한 품위와 자격을 증명해내는 일

__조성주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소장

 

20155월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이 최저임금위원회에 노동자위원으로 들어갔다. 한 나라의 노동자 중 절대 다수인 수백만 명의 임금을 정하는 자리. 그런 이름의 회의가 있는지도 잘 모르는 이들이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무게의 자리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위치다. 6년 전 김민수 위원장을 만났을 때 그는 열아홉 살이었다. 난 열아홉 살 청소년에게 그렇게 말했다. 언젠가 우리가 최저임금위원회에 들어가는 날이 와야 한다고. 그리고 아름답고 희망찬 미래를 그에게 속삭였다. 아르바이트 노동자, 청년 그리고 비정규직의 임금 협상은 바로 그곳에서 이뤄지는데 우리가 거기에 들어갈 수 있으면 세상이 바뀔 수 있다고. 그러나 나는 잘 알고 있다. 그것은 거짓말이었다.

대한민국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표하는 청년유니온의 위원장과 비정규 노동 문제를 오랫동안 연구하고 실천해온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이 최저임금 위원으로 들어갔다. 시사IN 기자 둘은 자신의 몸을 던져 최저임금이 우리의 삶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증명하는 기사를 썼다. 그리고 지루하지만 치열한 공방이 오고갔다. 각종 통계가 도출되었고 갑론을박이 오갔다. 숫자를 증명해내지 못하는 것은 몸으로 증명해내려 했다. 지난 몇 달의 싸움의 끝은 거대한 벽과도 같았다. 세상은 바뀌지 않았다. 6030. 2014년 최저임금 시급 5580원에서 450원 인상된 액수다.

수백만 노동자의 1년의 삶을 결정하는 자리임에도 6년 전과 똑같이 사용자 측은 30원 인상안 따위를 던졌고, 그것을 본 노동자위원이 퇴장하자 공익위원이 정부가 정해준 가이드라인 수준에서 적당히 결정했다. 수백만 명의 삶이 그렇게 결정돼버렸다. 나는 당장 액수의 많고 적음보다 청년과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표해 위원회에 들어간 노동자위원과 진실을 알리고자 했던 기자 그리고 그들을 응원했던 이들이 느꼈을 절망과 모욕감, 아득함에 몸이 아파왔다.

이 책은 2015년 봄에 벌어진, 치열하고 가슴 아픈 공방전에 대한 기록이다. 매년 봄 반복되었던 이야기를 하나의 기록으로 남겼냐고? 결코 그렇지 않다. 30년 넘게 반복해온 싸움이 올해는 달랐다. 결과는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과정을 꾸준히 지켜본 이들의 마음은 분명히 달라졌다. 장담하건대 이제 최저임금위원회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거대하고 중요한 임금 협상의 장이 되어버렸다. 2015년 봄,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그리고 현장에서 한 사회가 반드시 제공해야 할 인간 생존에 대한 품위와 자격을 바로 이 책의 주인공들이 하나씩 증명해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다시 희망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내가 6년 전 김민수 위원장에게 속삭였던 거짓말은 필요 없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장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에서 시작된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우리는 그전과 같은 마음을 가질 수 없게 될 거라고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최저임금을 받고 있거나 그조차도 받지 못하는, 그리고 앞으로 어쩔 수 없이 최저임금을 받을 수백만, 수천만 사람들의 삶에 대한 기록이다. 그리고 그들이 가질 수 있는 작은 희망에 대한 근거가 될 것이다. 이제 억지 희망은 필요 없다. 우리는 담담히 걸어갈 것이고 또 그것을 기록할 것이다. 이 책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