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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도서/덜미,완전범죄는없다1

철저한 계획범죄에서 범행도구와 위장 과정 2

by 북콤마 2018. 6. 7.


철저한 계획범죄에서 범행 도구와 복장, 위장 과정 2

7. 양양 일가족 방화 사건(졸피뎀, 휘발유): 수사팀은 피해자의 친구인 범인이 화재 당일 졸피뎀 성분이 포함된 수면제 28알을 구입한 기록을 확보했다. 바로 네 가족의 시신에서 졸피뎀이 검출됐을 뿐 아니라, 화재 현장의 현관과 계단에서 발견된 맥주병과 음료수병에서도 졸피뎀 성분이 나왔다. 

여기에 피해자의 휴대전화와 라이터, 기름통 등이 잿더미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신발장 다섯째 칸에서는 범인이 피해자에게 돈을 빌린 내역이 담긴 차용증과 거래내역서가 발견됐다.

범인이 친구인 피해자에게 빌린 돈을 갚지 않으려 수면제를 탄 맥주와 음료수를 네 가족에게 먹인 후 휘발유를 뿌려 방화한 것.

8. 춘천 시신 없는 살인 사건(장갑, 기름통, 화장): 범행의 전모가 발각되기 며칠 전, 범인이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장갑과 기름통이 강원 홍천의 산골짜기 도로변 하천에서 발견됐다. 탐문 조사 결과, 범인이 철물점에 들러 장갑과 기름통을 사고, 이후 주유수에서 등유 40리터를 구입한 사실을 파악한 바로 뒤였다. 짐작한 대로, 장갑 겉에서는 피해자의 핏자국이, 안쪽에서는 범인의 유전자가 검출됐다.

시신을 화장했을 가능성이 컸다. 하천에서 차로 5분 남짓 떨어진 폐가에서 아직 타지 않은 근육이 붙어 있는 뼛조각이 나왔다. 

마침내 범인은 공동묘지 벤치에 피해자의 머리를 수차례 쳐서 숨지게 하고, 폐가 아궁이에 장작을 쌓고 시신을 가부좌로 앉힌 다음 기름을 부어 태웠다고 실토했다. 

9. 춘천 형제 살인 사건: 부모는 형의 폭행에 동생이 대항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우발적인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고 호소했다. 어머니는 작은아들이 들고 있던 칼을 뺏어 주방 씽크대 안에 던졌다고 진술했다. 

총 길이 32센티미터의 식칼은 식기건조대와 그 위에 있던 그릇에 매끄러운 경계를 가진 '묻힌 혈흔'을 남겼다. '칼을 뺏어 싱크대 안으로 던졌다'는 애초 진술과 달리, '칼이 식기건조대 쪽에 올려져 있었다'는 방증이었다. 

그리고 칼날에는 지름 2밀리미터 정도의 희석된 혈흔만 남아 있었다. 증강 시약을 개수대와 배수구 주변에 뿌린 결과, 다량의 희석 혈흔도 발견됐다. 누군가 칼을 씻었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증거물을 훼손한 것이다.

10. 전주 일가족 살인 사건(연탄 화덕, 수면제): 소방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매캐한 냄새가 났다. 일가족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쓰러진 것이다. 작은방 서랍 옷장 위에서는 아직 타고 있는 연탄 화덕이 발견됐다.  그 옆으로 부모가 이불을 덮고는 침대와 바닥에 각각 누워 있었다. 숨은 끊어져 있었다.

큰아들은 큰방에서 발견됐다. 그 옆으로 작은방에서 나온 것과 같은 연탄 화덕이 옷걸이 뒤편 구석에 있었다. 

주방에서는 마시다 만 우유가 든 컵, 정체 모를 흰색 가루가 든 약통이 발견됐다. 가스레인지 위에는 번개탄 빈 봉지와 타고 남은 가루가 흩어져 있었다. 누가 봐도 일가족 동반 자살처럼 보였다.

그런데 소방대원들이 안방과 작은방에 있던 연탄 화덕을 현관문 밖으로 빼놓고 살펴보니, 작은방에 있던 것보다 큰방에 있던 화덕에서 연탄에 검은 부분이 훨씬 많이 남아 있었다. 동반 자살이라면, 그렇게 두 화덕 연탄이 차이가 날 이유가 없었다.

큰방 화덕이 '숨겨 놓은 듯'  옷걸이 뒤편에 있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더구나 동반 자살이라면 굳이 각자 방에서 화덕 두 개로 나눠 불을 지필 필요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