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계획범죄에서 범행 도구와 복장, 위장 과정 1
1. 부산 고부 살인 사건(둔기):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 와인 병이 산산조각 나 거실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피해자가 저항하면서 범인에게 던진 듯했다. 가스밸브 바로 아래 가스관이 날카로운 흉기에 잘려져 있었다. 가스가 조금씩 새고 있었다.
화장실 욕조에는 범인이 몸에 묶은 피를 닦기 위해 받아놓았는지 물이 가득했다. 범인은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욕조 안에 버렸다. 구두에 묻은 피를 화장실에서 씻고, 피해자의 지갑을 들고 나왔다.
부검 결과, 피해자들은 둔기로 머리를 가격당해 숨졌다. 눈에 띄는 건 이들이 맞은 횟수였다. 시어머니는 9번, 며느리는 무려 25번이었다. 무차별적이 가격이었다. 피해자가 쓰러진 뒤에도 범인은 둔기를 계속 휘둘렀다는 얘기다.
범인은 범행 당시 입었던 점퍼는 트렁크에 넣어 놨다 근처 아파트 쓰레기 분리수거장에 버렸다. 범행 도구는 피해자 집 옆 공사장에 세워져 있던 트럭에 던져버렸다.
범행을 다 끝내고는 사우나에 가서 몸을 씻었다. 사우나 폐쇄회로 TV에서는 웃으며 나오는 범인 얼굴이 찍혀 있었다.
2. 포천 농약 살인사건(파라콰트, 그라목손): 범인은 자택에서 살인과 살인미수 혐의로 체포됐다. 이웃 농가에서 얻었다는 파라콰트가 든 농약이 냉장고 뒤에서 발견됐고, 그 농약이 섞인 밀가루 반죽이 장독대 뒤에서 발견됐다.
3. 대전 판암동 살인 사건(라체트 절단기): 범행 도구가 현장에서 발견됐다. 길이 30센티미터, 무게 585그램의 라체트 절단기(쇠파이프나 케이블을 자르는 공구). 숨진 피해자들은 머리와 어깨 부분을 절단기로 수십 차례 맞은 것으로 분석됐다.
4. 화성 고기절단기 살인 사건: 범인은 범행 다음날 트럭 뒤에 고기절단기를 싣고 나가 지인이 운영하던 공장에 내려놓았다. 그러다가 수사망이 좁혀오자, 검거되기 며칠 전 공장에 들러 기계를 도로 찾아갔다. 경찰은 절단기를 찾기 위해, 트럭을 몰고 서울 방향으로 간 범인의 동선을 추적했다.
그러던 중 경기 의왕시 한 농원에서 절단기에 끼워져 있던 띠톱이 발견됐다. 그런데 범행 도구였던 절단기 몸체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아무리 폐쇄회로 TV를 돌려봐도 절단기 본체를 버리는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수사팀은 절단기를 버렸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수원시를 주목했다. 고물상들을 뒤지던 중 한 곳에서 찾아냈다. 범인이 고물상 앞에 두고 간 것을 고물상 주인이 열흘 넘게 기다렸다가 막 해체해 처분하려던 찰나였다. 하이라이트 같은 순간이었다.
5. 노원 가정주부 살해 사건(허리띠): 피해자 몸에서 검출된 체액에서는 '혈액형 AB형 남성'의 DNA가 나왔다. 안방에서는 피해자의 것이 아닌 것으로 추정되는 머리카락 한 올과 체모 두 가닥이 발견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1998년 당시는 혈액이 아닌 머리카락이나 체모에서 DNA 정보를 검출할 만큼 수준이 되지 않았다.
부검의는 범인이 "목에 있는 물렁뼈가 골절될 정도로 힘을 강하게 줬다. 피해자가 죽어가는 중에도, 또 숨이 끊긴 뒤에도 지속적으로 허리띠로 목을 졸랐다"고 판단했다.
6. 필리핀 사탕수수밭 살인 사건(총기): 총기 살인인 점을 감안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총기연구실장이 포함된 수사팀이 필리핀으로 급파됐다. 범행 현장에서 탄피라도 나온다면 강선 흔적을 보고 총기 종류를 알아낼 수 있고, 만약 등록된 총이라면 용의자를 쉽게 특정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꼬박 이틀 반경 11미터가 넘는 땅을 이 잡듯 훑었지만 탄피는 나오지 않았다.
한국으로 돌아간 공범 김씨의 집에서 잔류 화약이 묻은 가방 끈과 반바지가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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