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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도서/버디 퍼트

타이거 우즈 일대기 3: <버디 퍼트: 마스터 18인의 골프수업>

by 북콤마 2023. 6. 30.

타이거 우즈Tiger Woods(1975~)

우승: 마스터스 5회, PGA 챔피언십 4회, US 오픈 3회, 디 오픈 3회, PGA 투어 82회

'작은 목표'(mini-goals)

“골프를 할 때 늘 작은 목표(mini‑goals)를 설정합니다. 3홀이나 6홀, 9홀 목표를 각각 정해놓는 식이죠. 그날의 주된 작은 목표는 보기를 하지 않는 것이었어요. (…) 누군가 60타를 치며 무섭게 쫓아온다고 해도 나는 그저 내 작은 목표만 생각하며 내 마인드 세트대로 움직이면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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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는 어떻게 '황제'가 되었나(골프먼슬리 2023.7. 서평)

1997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 대회 마스터스가 열린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 2위를 무려 12타 차로 따돌리고 역사적인 우승을 차지한 스물두 살의 타이거 우즈는 마지막 홀 그린 뒤에 있던 아버지 얼 우즈와 길고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얼 우즈는 아들 타이거에게 엄격한 스승이었다. 생후 10개월인 아들에게 클럽을 쥐어 주면서 스윙하게 했고 조금 커서는 전쟁 포로를 심문할 때 쓰던 심리 기술을 전수했다. 얼은 베트남전에서 참전해 폭발물 설치를 담당했었다. 아들이 퍼트할 때 일부러 동전을 짤랑거리거나 퍼트 라인에 무언가를 툭 떨어뜨렸다. 그렇게 주의를 흩뜨리면서도 완벽하게 넣기를 주문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젠 아버지가 된 타이거 우즈의 교육법이다. 아들 찰리가 퍼트하려 할 때 슬며시 다가가 퍼트 라인 선상에 공 몇 개를 툭 던지며 방해하고는 한다. 아버지 얼의 방식 그대로다. 2019년 마흔넷의 나이에 마스터스 다섯 번째 우승을 해낸 우즈는 22년 전 아버지 얼과 포옹했던 바로 그 장소에서 아들 찰리를 꼭 끌어안았다.

‘버디 퍼트-마스터 18인의 골프 수업’은 타이거 우즈가 ‘영원한 골프 황제’로 불리게 된 이유를 다각도로 살펴 소개한다. 서울경제 골프 담당 기자인 저자는 “아버지의 훈련법을 전적으로 신뢰했지만 아버지가 바라는 이상적인 골퍼의 모습까지 추종하진 않았다. (중략) 얼을 위대한 아버지로 만든 것은 바로 아버지의 가르침을 수동적이 아닌, 주도적으로 수용한 타이거 우즈의 태도였다”고 말한다.

우즈가 남긴 많은 말 중에 저자가 주목한 것은 ‘캐블러네이션(Cablinasian)’이다. 우즈가 자신을 규정하면서 쓴 표현으로 코카시안(Caucasian), 흑인(Black), 아메리카 원주민(Indian), 아시아인(Asian)에서 각각 글자를 따온 것이다. ‘흑인’으로 자신을 한정 지으려는 사람들에 대해 저항의 뜻을 드러낸 것이었다.

우즈는 골프를 통해 키운 자신의 영향력이 골프를 넘어선 개념으로 확장하는 현상을 경계했지만 한편으로는 골프 하나만으로도 골프 외적인 영향력까지 갖출 수 있는 수준으로 스스로를 끌어올리려 부단히 노력했다.

책은 우즈의 일대기를 촘촘하게 다루지만 그렇다고 우즈의 평전은 아니다. 잭 니클라우스, 아널드 파머, 로리 매킬로이 등 골프사에 위대한 발자국을 남긴 선수 18명의 이야기를 메이저 대회 도전기를 중심으로 풀어낸다.

세계에서 가장 골프를 잘 치고 잘 안다는 사람들이 모여 트로피를 다투니 ‘초인’들의 경쟁인 셈이지만 그 안은 실수와 좌절의 순간들로 빼곡하다. 그래서 눈부신 승리만큼 책이 조명하는 것도 패배와 후회의 장면들이다.

저자는 “골프가 ‘펜스의 스포츠’가 아니라 ‘로프의 경기’라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로프를 사이에 두고 선수와 관중이 같은 방향으로, 비슷한 속도로 걸음을 쌓아간다. 결국 인생이라는 게임 속의 동등한 여행자라는 뜻 아닐까”라고 썼다.

골프가 인생의 메타포로 흔히 소개되는 이유를 드러내 강조하지 않지만 넘어가는 페이지가 쌓일수록 자연스럽게 짐작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