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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도서/칸트와 푸코

푸코의 칸트, 푸코-칸트주의: <칸트와 푸코>

by 북콤마 2025. 2. 13.

칸트 탄생 300주년에서 푸코 탄생 100주년으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푸코 고유의 칸트 독해와 칸트 비판철학에 대한 균형 잡힌 사유를 소개합니다.

◆ 푸코의 칸트, 푸코‐칸트주의: 「계몽이란 무엇인가?」

__칸트에 대한 푸코의 태도는 단선적이지 않다. 칸트 철학을 재구성하는 푸코 고유의 칸트주의, 즉 푸코적 칸트주의의 형식적 출발은 푸코와 칸트의 첫 만남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푸코의 박사학위 논문에 첨부돼 제출된 부논문 <칸트의 <인간학> 서설>(<인간학 서설>)이다. 물론 <인간학 서설>과 <말과 사물>을 중심으로 하는 1960년대 고고학 시기의 푸코는 칸트 철학의 뿌리에 ‘인간’이라는 주체 형상에 기초한 인간학적 사유가 존재한다고 보고 그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그리고 <말과 사물> 출간 이후 1978년 프랑스철학회에서 행한 ‘비판이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통치화에 대한 저항이라는 맥락에서 계몽의 문제를 처음으로 제기하기까지 12년간 칸트와 관련해 긴 침묵을 지켰다.

__그러다 1970년대 후반 윤리학 시기의 푸코는 초기의 비판을 칸트의 계몽에 대한 긍정적 재평가로 뒤집는다. 「계몽이란 무엇인가?」(칸트)를 중심으로 이뤄진 칸트에 대한 재평가는 그를 자신의 가장 중요한 철학적 동지이자 스승인 니체에 버금가는 위치에 올려놓을 정도로 긍정적이었다. 푸코 외에는 누구도 이 작은 텍스트에 그토록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계몽이란 무엇인가?」는 푸코 이전에도 ‘유명한’ 텍스트였지만 푸코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커다란 철학적 중요성을 갖는 텍스트가 됐다. 그 텍스트가 자신에게 하나의 문장(紋章)이자 페티쉬라고까지 말할 정도였다.

__그렇게 윤리학 시기 푸코는 자기돌봄과 파레시아 등 같은 고대철학의 테마들과 더불어 「계몽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연구를 자기 사유의 중심에 놓고 스스로를 칸트로부터 시작되는 ‘우리 자신의 비판적 존재론’의 계보에 귀속한다. 이제 칸트와의 관계에 대한 푸코 자신은 입장은 분명해진다. 푸코는 자신의 작업이 어떤 철학 전통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칸트의 비판적 전통”일 것이라고 말하며 스스로를 일종의 칸트주의자로 규정한다.

 

◆ 푸코‐칸트주의 정립의 궤적: <인간학 서설>

__고고학 시기와 윤리학 시기, 칸트에 대한 상반된 평가는 푸코와 칸트의 관계에 대한 이해에 어려움을 발생시킨다. 이에 대해 하버마스처럼 칸트에 대한 후기 푸코의 긍정적 평가가 초기의 비판적 태도와 모순된다고 보는 이도 있지만, 앨런(에이미 앨런)과 거팅(개리 거팅)처럼 초기 푸코의 칸트의 초월적 주체 비판은 칸트에 대한 단순한 기각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보는 이도 있다.

__여기서 책은 푸코와 칸트의 관계에서 저 상반된 평가를 그대로 받아들여 푸코의 비일관성을 지적하는 쪽이 아니라 양립 불가능해 보이는 두 시기 칸트 해석의 기저에 있는 어떤 연속성을 발견하려는 시도다. 다시 말해, 고고학 시기와 윤리학 시기 모두를 푸코‑칸트주의라는 표제하에 검토해 두 시기 사이에 근본적인 단절이 아니라 모종의 연속성이 있음을 밝힌다. 푸코가 칸트 철학에서 지속하는 것은 무엇이고 변형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밝힘으로써 고고학 시기와 윤리학 시기 칸트 해석의 단절과 연속성을 종합적으로 사고하는 방법을 모색한다.

__책은 그렇게 푸코의 사유 속에서 모순을 찾기보다 푸코가 다르게 평가할 수밖에 없는 상반된 요소가 칸트에게서 발견되리라는 점에서 푸코‐칸트, 즉 푸코가 읽는 칸트, 칸트를 읽는 푸코를 깊이 들여다본다. 우선 푸코의 <인간학 서설>은 두 버전의 칸트 독해가 공존한다는 점에서, 또 어느 한쪽으로 쉽게 환원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독특성을 갖는다. 즉 <말과 사물>이 비판하는 인간학적 사유의 발생지로서 칸트에 대한 분석을 포함하는 동시에, 훗날 「계몽이란 무엇인가?」로 이어지는 선, 푸코의 동반자이자 지지자가 되는 칸트를 예시하는 요소들(‘기원적인 것’, 역사·실천적 성찰)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책은 칸트 해석의 중심에 있는 두 물음, ‘인간이란 무엇인가?’와 ‘계몽이란 무엇인가?’의 공존과 긴장, 저 상반되는 두 맥락을 살펴 푸코의 초기 칸트 독해의 양면성을 드러낸다.

__여기서 저자는 앞서 살펴본 연구자들의 기본 관점이나 소수적 독해를 공유하되 그들의 연구가 언급하지 않는 요소들을 이제 자신의 목소리로 설명한다. 이때 현대 철학자들의 언어를 그대로 반복하거나 그 해석에 대한 해석을 시도하는 게 아니라, 칸트 자신의 서술과 논리에 입각해 어떤 방식으로 제기하고 사고할 수 있는지를 검토한다(‘사용’이라는 문제계, 세계의 언어적 성격, 실용적 인간학 등). 그럼으로써 책은 푸코가 줄곧 정초적인 주체를 비판하고 대안적인 주체성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푸코 기획의 일관성을 인정한다. 그렇게 푸코가 칸트 철학의 두 기둥인 비판과 계몽을 왜, 어떻게, 무엇으로 재구성하는지 자세히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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