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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판결2008~2013년92선/올해의판결,선정 이후

한가람 변호사 인터뷰 '우리는 모두 소수자다'

by 북콤마 2014. 4. 18.

 

"다만 FTM(여성에서 남성으로 변경하는 것)의 경우에만 성기 성형 없이 성별 정정을 허용했다는 것은 좀 아쉬워요."

한가람 변호사는 성기 형성을 안 한 성전환자에게 성별 정정을 허가한 판결에서 주심 변호사였습니다.

한 변호사의 인터뷰 중 이 판결에 대한 언급입니다.

 2013년 올해의 판결, '서울서부지방법원, 성기 형성을 하지 않은 성전환자에게도 성별 정정을 허가한  결정'(최고의 판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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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36708.html

 이 사건은 어떻게 해서 맡게 되었나요.

=(한가람 변호사) 희망법에서 제가 맡은 분야는 성소수자 인권운동이에요. 전문가들과 그 주제로 공부하다가 트랜스젠더(성전환자) 문제를 다루게 되었죠. 성전환자에게 어떤 기준에 따라 성별을 정정해줄지는 대법원 판례를 통해 그 기준이 축적돼왔는데, 그게 다른 나라에 비해 아주 엄격해요. 그 기준 중 하나가 성기 성형을 필수 조건으로 요구하는 것인데, 이게 신체적으로 위험하고 쓸모없는데다 비용도 많이 들거든요. 그로 인해 이미 사회생활에서 다른 성으로 인정받고 있는데도 공식 기록상으로는 성이 변경되지 않아 고통받는 분도 많고요. 이걸 좀 바꿔보자, 이렇게 생각하게 된 거죠.

- 기획 소송인가요.

= 네. 소송대리는 희망법과 공감의 변호사들이 무료로 진행하고 의학적인 자료는 전문가들이 도와줬어요. 이 문제와 관련해서 해외 주요 국가는 물론 작은 나라까지 판례들을 다 뒤졌어요. 본격적인 준비만 6개월 정도 하고 나서 소송을 제기할 당사자를 모았는데, 이 문제가 어느 특정 직업이나 연령대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밝히기 위해 젊은 사람부터 나이 든 사람, 미혼과 기혼, 다양한 사람들을 모았어요.

- 승소할 거라 예상했나요.

= 쉽게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어요. 지더라도 대법원까지 가자, 몇 년 걸릴지 모르지만 끝까지 해본다는 생각이었는데 다행히 1심을 맡은 재판부에서 우리 주장을 열심히 검토해주었어요. 심리 끝에 성별을 바꾸기 위해 성기 성형을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그것이 없더라도 다른 요건을 갖췄다면 성별 정정을 허가하겠다는 결정을 받았죠.

- 좋은 재판부를 만났군요.

= 심리가 진행되면서 판사들이 이 문제를 두고 따로 스터디를 할 정도였고, 결국 성기 성형을 요구하는 게 신체적으로도 너무 위험하고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주장을 수긍하게 된 거죠. 다만 FTM(여성에서 남성으로 변경하는 것)의 경우에만 성기 성형 없이 성별 정정을 허용했다는 것은 좀 아쉬워요. 역시 기존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은 느낌도 있고요. 더구나 여전히 다른 법원에서는 그런 조건에서만 성별 정정 허가를 해주는 곳도 있다고 해서 하루빨리 통일된 예규 제정이 필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