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출간도서/중독 인생

향정신성의약품에 대하여 2: 프로포폴,엑스터시,물뽕. <중독 인생>에서 발췌

by 북콤마 2019. 7. 11.


GHB, 즉 물뽕:

신종 마약류인 물뽕은 1960년대에 처음 합성되어 주로 우울증 치료제와 마취제에 쓰이다가 1990년대부터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성범죄용 약물로 악용되기 시작했다. 환각 작용이 큰 것으로 확인되면서 우리나라에서는 1998년 처음 적발됐고, 2001년부터 마약류로 지정됐다. 물이나 술 등에 타 마시는 물 같은 히로뽕이라는 뜻에서 물뽕이라 불린다.

보통 물이나 소다수에 몇 방울 타서 마시면 15분 이내에 약물 효과가 나타난다. 몸이 이완되어 처지는 느낌이 들고 기분이 좋아지는데 이런 상태가 3~4시간 지속된다. 그런데 중추신경 억제제이므로 알코올과 섞어 마시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술에 타 마시면 약효가 증폭되어 구토와 호흡 정지가 일어나고 결국 의식을 잃고 만다. 필로폰은 술에 타면 역한 냄새가 나는데 물뽕은 무색무취에 무미라서 모르고 마시는 사람은 알아채기 어렵다

엑스터시:

1912년 독일 제약 회사 머크가 바이엘이 특허를 출원한 지혈제인 히드라스티닌과 유사한 약품을 만들려다 최초로 합성됐다. 1914년 메틸렌디옥시메스암페타민(MDMA)이라는 이름의 식욕 감퇴제로 개발됐다. 신경 말단에서 세로토닌과 도파민의 생성을 촉진한다. 한국에서 그 환각 작용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초였다

1999년 이후 급속히 확산돼 댄스파티의 단골 메뉴가 됐고 필로폰과 LSD의 대체재로 급부상했다. 신촌이나 이태원, 강남 지역 클럽의 댄스파티에서 피로를 느끼지 않고 즐기기 위해 많이 사용됐다. 복용하면 머리를 흔들고 춤을 추며 환각 상태에 빠진다고 해서 일명 도리도리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타인의 신체를 만지고 싶은 욕구가 강해지므로 포옹 마약hug drug’이라 불리기도 하는데 이런 접촉 욕구 탓에 파티나 모임에서 타인에게 좀 더 가까워진 기분 등 친근감을 느끼고 감정 이입을 한다. LSD에 비해 지남력(시간과 장소, 상황을 올바로 인식하는 능력)을 잃거나 지각 왜곡이 일어나는 정도가 덜한 편이다.

프로포폴:

기존 마취제보다 마취가 빠르고 마취에서 회복하는 시간도 짧은 편이다. 정맥에 투여하면 채 1분도 안 돼 의식이 없어진다. 마취에서 회복하는 속도도 빠른 편인데 보통 2밀리그램을 투여하면 5분간 수면이 지속된다. 즉 혈액 순환이 빨라 간에서 대부분 대사되어 소변으로 빠져 나오므로 몸속에 남지 않고 빨리 사라진다. 기존 마취제의 부작용이었던 구토와 울렁거림 등이 없다

하지만 기존 마취제인 미다졸람, 케타민, 치오펜탈처럼 호흡계와 심혈관계를 억제해 호흡 저하나 무호흡 상태를 일으킬 수 있다. 과다 투여하면 잠이 깊어져 호흡이 멈출 수 있다는 말이다. 무엇보다 정신적 의존성이 높다는 점이 치명적이다.

한국에서는 약물에 접하기 쉬운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 종사자들이 업무 스트레스와 호기심에 손을 댔다가 중독되는 경우가 먼저 보고되었다. 그러다가 2010년대 초 서울 강남의 병원과 연예인들 중심으로 유행처럼 퍼졌다. 20112월부터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됐다. 세계 최초였다. 프로포폴이 마약류로 지정되자 이번에는 비슷한 효과를 내는 다른 수면 마취제 에토미데이트가 유흥업소 종업원 등 사이에서 급속히 퍼져나갔다.

네이버 책소개: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9602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