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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도서/올해의판결 2014~2017년 64선

2014~2017년 사법부 총평 1: 올해의 판결 '심사회의'와 '첫머리에'

by 북콤마 2018. 4. 21.


2014~2017년 사법부 총평 1

(<올해의 판결 2014~2017년 64선> '심사회의'와 '첫머리에'에서)

<2014년>

2013년 사법부 풍경이 '대략 난감'이라는 말로 표현된다면, 2014년의 그것은 '대략 더 난감'이었다. 

암담했다. 사법부는 헌법을 유린한 국정원엔 면죄부를, 정리해고를 당한 노동자들에겐 한 맺힌 눈물을 주었다. 

올해의 판결 후보작에는 생존권과 정치적 자유가 거듭 위협받는 현실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심사위원들 전원이 '문제적 판결'로 지목한 판결이 있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이다. 2012년 대선 당시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정치 개입'을 한 것은 맞지만, '선거 개입'을 한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지록위마'라 불리던 판결.

2013년 그해처럼 우울한 판결이 많이 나온 해가 있었을까. 

사법부는 인사권 등 사법 행정이 너무 한곳에 집중돼 있었고, 한법재판소나 대법원의 인적 구성을 보면 불공정한 결과를 예상할 수 있었다. 

국가 폭력을 행사한 주체인 정부는 꼼짝하지 않았고, 사법부는 바로잡기는커녕 계속 후퇴했다. 

사법부가 정부 자신들보다 정부를 더 위해주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노동자 파업에 업무방해죄를 남용하는 관행에 제동을 건 2011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그해 '올해의 판결' 중 하나였다. 그런데 2014년에는 그 판례를 대법원이 스스로 깨고 철도노조 파업을 업무방해죄로 인정한 판결을 마주해야 했다. 

사법부는 '리턴' 중이었다.

'최고의 판결'과 '좋은 판결' 10건 가운데 6건은 하급심 판례였다. 반면 '나쁜 판결' 7건 가운데 무려 6건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판례였다.

<2015년>

2015년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사회 곳곳에서 '후진' 버튼이 눌려지고 있는데도, 제동을 걸어 정의를 세우려는 사법부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전까지 '올해의 판결' 선정 결과는 크게 둘로 나뉘었다. '정의의 여신' 디케가 들고 있는 양팔 저울의 한쪽에 좋은 판결, 다른 한쪽에는 나쁜 판결을 올렸다. 좋은 판결/나쁜 판결, 주목할 판결/문제적 판결.

2015년 올해의 판결 심사 때부터는 '아쉬운 판결'을 뽑았다. 꼭 판결을 양팔 정울로 나눠야 할까라는 문제의식에서, 심사위원들은 범주를 셋으로 늘렸다. 박수 쳐주고 싶은 판결과 재판부에 경고장을 날려주고 싶은 판결로 나누되, '중간 지대'를 설정하기로 한 것. 간통죄 위헌 결정, 이주노조 합법화 등 사회적으로 의미 있지만 여러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아 흔쾌히 칭찬할 수만은 없는 판결을 '중간 지대'에 넣었다.

심사위원들은 2014년 12월 말에 나온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과, 고문 피해자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를 6개월로 한정한 대법원 판결이 가장 나쁜 판결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

'최고의 판결'을 뽑는 과정에선 어느 해보다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판결, 파기 환송한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효력정지'를 다시 인용한 서울고등법원 결정, 2차 민중총궐기 집회금지에 대한 집행정지 인용 결정, 3개 판결을 놓고 찬반 의견이 팽팽히 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