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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파일러가 범행에서 보는 패턴은 수법의 연관성이 아니다. ‘시그니처’라고 부르는 것은 범행 수법과는 다르다. 커피를 마실 때 꼭 조금씩 남기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사람마다 의식하지 못하는 습성이 있기 마련이다. 시그니처는 그 사람이 가진 고유의 행동이라서 범행을 완성하기 위한 수법과는 다른 것이다. 범행 수법은 범행 현장이 달라짐에 따라 계속 바뀌는 반면, 현장에는 범행을 완성하는 데 꼭 필요하지 않은 행동도 있다. 범죄라는 긴박한 순간에는 자신의 습성이 나타난다. 강박 성향도 그렇다. 프로파일러는 그런 것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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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전 남편 살인 사건>의 범인 고유정은 휴대폰에 범행 당일 찍은 사진 3장을 남겨두었다. 여객선을 배경으로 한 여행용 가방(시신 유기를 위한), 식탁에 올려놓은, 범행 도구인 졸피뎀이 들어 있던 카레, 범행을 시작한 시간을 가리키는 원형 벽시계가 찍혀 있었다.
_고유정은 왜 범행 증거로 남을 우려에도 불구하고 범행 현장을 찍은 사진들을 남겼을까. 실종 신고가 접수되면 수사가 시작될 것에 대비해 미리 세부 사항을 챙겨 기록으로 남겼을 것이다. 수사가 진행될 때를 대비해 치밀하게 준비했다. 즉 그것은 꼼꼼히 범행 진행을 정리함으로써 누군가의 질문에 답변하기 위한 노력으로 볼 수 있다.
_"치밀하지 못한게 아니라 잘 정리해 놓은 뒤 수사를 미리 준비하기 위해서 기록으로 남겼을 것"(권일용, MBC <실화탐사대> 2019년 7월)
_검찰은 조사하는 과정에서 “고유정은 의미있는 행위를 하기 전에 검색을 하거나 사진을 찍는 습관이 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_고유정은 일상의 모든 것을 기록하고 그것을 꼼꼼히 정리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은 충격적이거나 자신과 불편한 관계에 있는 물건을 찍어 사진으로 남겨놓는다. 결국 그는 사진을 남김으로써 발목이 잡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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