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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도서/덜미,완전범죄는없다1

"나는 아니다" 진술과 자백 2 <덜미, 완전범죄는 없다>

by 북콤마 2018. 5. 16.


체포된 범인(또는 유력 용의자)의 진술과 자백 2: 치열한 두뇌 싸움

1. 마포 만삭 의사부인 살해 사건: 

용의자는 완강했다. "평소 빈혈 증세가 있던 A가 자신이 외출하는 사이, 출근 준비를 하다가 욕조 쪽으로 쓰러졌고, 그 충격에 목이 접히면서 질식사했다." 사고사라는 주장이었다.

경찰은 "피해자는 타살된 것"이라고 추궁했다.

용의자는 이번에는 "누군가 집에 칩입해 죽였을 수도 있지 않느냐"는 제삼자 살해 가능성을 내놨다.

여러 주장을 내놓았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나는 아니다."

2. 양양 일가족 방화 사건:

이씨는 이렇게 진술했다. "죽은 박씨가 내게 1400만 원 상당의 빚을 질 정도로 생활고가 심했고, 남편과의 불화로 우울증에 시달렸다."

이씨는 묻지도 않은 '휘발유'를 언급하며 사망 원인을 자살로 몰아가려는 태도를 보였다.

3. 의정부 연쇄 절도 사건:

범인은 당시 복면을 쓰고 덧신을 신고 있었지만 경찰이 볼 수 없을 때 다 벗어버리고, 체포되자 "나를 왜 잡냐"고 화를 냈다.

"친구와 술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시민일 뿐"이라고 항변했다. 자신이 용의자와 동일한 사람이라는 증거를 대라고도 했다.

4. 전주 일가족 살해 사건:

느닷없이 작은아들이 형을 지목했다. 병원 응급실을 찾은 경찰에게 형이 범인 같다는 진술을 한 것이다.

"형이 불러 밖으로 나가 둘이 맥주를 한잔하고 오전 4시 30분쯤 집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오전 5시쯤 형이 컵에 우유를 따라줬는데, 그걸 마시고 곧바로 쓰러져 잠들었어요."

그리곤 의미심장한 한마디 말을 덧붙였다.

"최근에 형이 음식점을 열었는데, 장사가 안 돼서 죽고 싶어했습니다."

가족 속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건 전후를 겪고 목격한 유일한 생존자의 입에서 나온 진술이었다.

5. 대전 판암동 살인 사건:

신고자는 이 모 씨. 현관과 안방 사이, 주방 겸 거실에 턱을 괴고 앉아 있었다. 쓰러져 있는 두 사람과는 절친한 이웃이고, 평소에도 도박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 때가 많았다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경찰이 들어오자, 이씨는 태연한 표정으로 친구들이 쓰러져 있는 안방을 응시하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술을 같이 먹다 조금 전 집에 다녀왔는데, 이렇게 돼 있었어요."

둘이 싸우다 죽은 것 같은데, 본인은 왜 저런 아수라장이 벌어졌는지 도통 모르겠다는 말투였다.

난관이었다. 외부 시선이 차단된 가정집 안에 있던 세 명 중 한 명은 죽었고, 한 명은 기억을 잃었다. 나머지 한 명은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뗐다. 그 현장을 본 사람은 그들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