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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도서/덜미,완전범죄는없다1

심증을 뛰어넘는 결정적 단서 또는 물증 <덜미, 완전범죄는 없다>

by 북콤마 2018. 5. 17.


심증을 뛰어넘는 '결정적 한 방', 결정적 단서 또는 물증

졸피뎀: 양양 일가족 방화 사건

__네 가족의 시신에서 수면제 성분인 졸피뎀이 검출됐다. 그런데 피해자 박씨는 평소 수면제를 처방받은 적이 없었다. 반면 친구 이씨가 화재 당일 오후에 졸피뎀 성분이 포함된 수면제 28알을 구입한 기록이 나왔다. 

아기 포대기(작은 이불): 광진구 주부 성폭행 사건

__피해자는 범인이 자기 몸을 닦은 아기 포대기를 가지고 갔다고 진술했다. 수사팀은 반경 300미터에 있는 모든 폐쇄회로 TV를 다 뒤졌다. 범인이 포대기를 든 채 이동하는 영상과 빈손으로 이동하는 영상을 확보했다. 버린 포대기를 최대한 빠른 시간에 찾아야 했다. 인근 쓰레기통과 다른 집 마당, 외진 골목 등을 뒤지던 수사팀은 마지막에 가서 '의류 수거함'을 지목했다. 해가 지기 시작할 무렵, 구청 차량으로 옮겨지기 직전에 한 의류 수거함에서 포대기가 발견됐다. 바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DNA 감식을 의뢰했다. 

실낱 지문: 양주 전원주택 살인 방화 사건

__현관문 앞 난간에 지문 채취용 분말 가루를 묻히던 권경사가 발견했다. 수사를 개시한 지 24시간 만에 열 손상을 입지 않은 지문이 집 밖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것. 윤계장은 긴급 지문 감정을 의뢰했다. 지문 감식 결과, 용의 선상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인물이 나왔다. 난간에서 건진 지문 두 개는 용의자의 오른손 중지와 약지 흔적이었다. 그중 중지가 남긴 지문만 식별이 가능했다. 지문이 그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었다.

담배 꽁초: 고급 전원주택 연쇄 강도 사건

__수사 공조가 이뤄지면서 사건 자료가 전국 각지 경찰서로 공유됐다. 수십 건의 사건 내용과 초동 수사 자료가 이곳저곳에서 다시 검토되기 시작했다. 수사 기록을 뒤지던 서울 광진서 강력팀장이 기장군 자료에서 DNA 주인이 특정된 또 하나의 꽁초에 주목했다. 범행 현장과 수백 미터나 떨어진 야산에서 발견된 터라, 당시 사건을 맡았던 경찰은 참고인 조사까지 했지만 그의 말만 듣고 해당 DNA 주인은 범인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었다. 

그런데 자발적인 협조 없이 DNA 정보를 특정할 수 있다는 건 대상이 전과자라는 얘기였다. 

스키드마크: 충남 할머니 연쇄 살인 사건

__모의실험으로 현장검증을 해보기로 했다. 마네킹과 사고에 등장했던 동일 차종의 차량을 준비했다. 스키드마크, 차량이 급제동할 때 길 위에 남게 되는 검은 타이어 자국. 수사팀장은 사고 당시의 스키드마크와 동일한 형태가 나올 때까지 속도와 제동 시점을 달리하면서 수차례 실험을 반복했다. 1차 사고 때는 시골 도로를 시속 60~70킬로미터로 달리다 사고 이후 14.7미터나 차를 몰고 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3차 사고 때는 해안 도로를 시속 70킬로미터로 달리다 사고 이후 34.8미터나 더 진행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충분히 보행자를 피할 시간과 공간이 있었으면서도 부딪친 이후에야 브레이크를 그것도 서서히 밟아 제동했다는 뜻이다."

산타페 차량: 전주 일가족 살해 사건

__경찰은 장례식 상주로 있던 작은아들에게 발인을 마치는 대로 차량을 가져오라고 요청했다. 작은아들이 몰고 온 산타페 차량을 보는 순간, 심증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차가 지나치게 개끗하더라고요. 세차를 한 지 얼마 안 돼 보였어요. 안 그래도 장례 치르느라 정신없었을 텐데, 세차를 하다니. 증거를 인멸하려 그랬다는 생각밖에 안 들더군요."

차량에 비치된 슬리퍼의 아래쪽과 뒷좌석 바닥에서 연탄 가루가 발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