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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도서/덜미,완전범죄는없다4

단서와 실마리, 부천 링거 살인 사건 2: <덜미,완전범죄는없다4>

by 북콤마 2021. 12. 30.

사건 시놉시스

__2018년 10월 20일 밤 10시 30분쯤. 경기 부천의 한 모텔에서 사망 신고가 들어왔다. 신고자는 사망자 A씨의 여자친구 박 모(33세) 씨였다. 박씨는 119에 여덟 차례, 112에 한 차례 신고했다.

__경찰관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A씨는 사망한 채 침대에 누워 있었고, 박씨는 옆에서 넋이 나간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A씨의 사인은 항염증제 중독이었다. 박씨는 수년차 경력의 간호조무사였다.

__박씨는 “동반 자살을 하려고 A씨에게 먼저 링거를 놓고 그다음 나 자신에게도 놓았는데, 나 혼자 깨어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프로포폴(수면마취제) 부작용으로 경련을 일으켜 침대에서 떨어지면서 (자신의 몸에 꽂은) 주삿바늘이 빠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__결혼을 앞두고 A씨가 극심한 경제적 스트레스를 호소해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됐다고 했다. 둘은 2년 가까이 만난 사이였다.

 

증거: 심증은 있지만 수사팀이 가진 것은 '진술'뿐이었다

__A씨의 죽음에 따라 보험금을 탈 수 있다는 등 박씨가 금전적 이득을 본 상황도 아니었다. CCTV 영상이나 살인 계획이 담긴 메모 같은 증거도 없었다.

__수사팀이 박씨의 휴대폰에서 ‘항염증제 부작용’처럼 약물로 사람을 사망케 하는 방법을 검색한 기록을 찾아내기는 했지만, 이는 동반 자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한 검색일 수도 있기에 살인을 직접적으로 가리키는 증거는 아니었다.

 

단서 1: 진술 분석

__박씨의 진술서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분량의 차이였다. 박씨는 A씨와 극단적 선택을 하던 10월 20일 밤의 상황을 A4 용지 한 장 분량에 빼곡히 적었다. 어떤 약물을 투여하고, 몇 초 뒤 A씨가 잠들고, 약물을 어떻게 배합해 어느 위치에 주사기를 꽂았는지 등을 상세히 설명했다.

__그러나 A씨와 극단적 선택을 결심하게 된 경위에 대해선 한 줄의 설명뿐이었다. ‘경제적으로 힘들어서.’ 수사팀은 이 지점에서 ‘동반 자살이 아닐 것’이라고 직감했다.

__ 사건 현장에 대한 서술은 확실한데 동반 자살 경위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면, ‘링거로 사망케 한 것은 사실이지만 동반 자살은 거짓이다’라는 결론이 나온다. 즉 살인일 가능성이 높았다는 이야기였다.

 

단서 2: 살해 동기__시작은 13만원 계좌 이체

__박씨의 휴대폰 검색 기록과 대화 내역, 참고인 진술 등을 전부 넘겨받아 시간순으로 배열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검색 시간이었다. 박씨의 검색 기록은 사건 발생 즈음에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__수사팀은 검색량이 급증한 시점의 첫 번째 검색어가 살해 동기일 수 있다고 직감했다. 유의미해 보이는 검색의 시작일은 사건 전날인 10월 19일이고, 그 검색어는 한 술집의 이름이었다. 박씨는 전날 자정을 갓 넘긴 때부터 이날 오전 2시 50분까지 3시간 정도에 걸쳐 초 단위로 술집의 이름을 수백 건 검색했다.

__다음날 새벽 5시부터는 점심과 저녁식사 시간도 거른 채 ‘프로포폴’, ‘항염증제’, ‘주사 방법’, ‘주사 부작용’, ‘쇼크’ 등으로 넘어갔다.

 

수사기관의 결론

__집착과 충동적 성향을 가진 박씨가 A씨의 외도를 의심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다.

__술집에서 13만 원을 사용한 것을 ‘남자친구의 성매매’로 단정한 A씨가 충동적 분노를 이기지 못해 병원에서 빼돌린 약물을 활용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

 

재판부 판단 1

__A씨에게 자살 동기가 없었을 뿐 아니라 박씨와 A씨 사이에 동반 자살을 계획한 정황이 없다. 전화 통화와 문자메시지, 메신저 등 그 어디에서도 동반 자살을 언급한 내용이 나오지 않았다. 박씨의 진술이 유일하다.

 

재판부 판단 2

__박씨의 체내에선 생명에 전혀 지장이 없는 정도인 소량의 약물이 검출된 걸 보면서 재판부는 과연 박씨가 실제로 문제의 약물을 정맥 주사했는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__약물을 마시거나 빨아 먹는 경우에도 체내에 일부 흡수될 수 있으므로 체내에서 소량의 약물이 검출됐다는 사실만으로는 박씨가 자신에게도 약물을 주사해 자살 시도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 판단 3

__박씨가 자신에게도 정맥주사를 놓았는데 나중에 주삿바늘이 빠지게 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의학적인 소견을 인용해 반박했다. 의사의 감정서에 따르면 프로포폴은 기본적으로 항경련제라서 잘 고정된 주사는 빠지기 어렵고, 몸에 경련이 일어나는 일은 다량 약물을 투여한 경우에만 해당된다.

 

'주사 쇼크' '약물 부검' 검색…동반자살 아닌 살인이 보였다

“동반자살은 분명 아니었어요. 슬픈 감정이 없었거든요. 문제는 물증이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이걸 살인인지를 증명하냐는 거였죠.” 9일 경기남부경찰청 소속 프로파일러 신경아 경사는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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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미, 완전범죄는 없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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