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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판결2014~2017년64선/2014년판결

단체교섭에서 고용보장 약속했다면 정리해고는 부당하다는 판결

by 북콤마 2014. 4. 22.

 

'경영권(정리해고)에 속한 사항을 노사 합의로 제한할 수 있는지를 명시적으로 판단한 첫 사건'

근로기준법 제24조의 정리해고 제한 조항인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라는 게 불명확한 상황에서 정리해고 남발에 대한 새로운 판단 근거가 제시되었네요.

이범준 기자의 단독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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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가 고용보장 합의했다면 정리해고는 무효”

경향신문.이범준 기자. 2014-4-11

ㆍ대법, 노동자 19명 해고 무효 소송… 원고 승소 확정 판결
ㆍ정리해고 남발에 ‘면죄부’ 주는 근로기준법에 제동

회사가 노조와의 단체교섭에서 노동자의 고용보장을 약속했다면 근로기준법에 따른 정리해고도 부당하다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사회질서에 위배되는 내용이 아닌 이상 노사 간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다. 노사 합의에 따라서는 정리해고가 완전히 배제될 수 있다는 것으로 고용관계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포레시아배기컨트롤시스템의 정리해고자 19명이 제기한 해고무효 소송에서 원고 승소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0일 밝혔다. 대법원은 판결에서 “정리해고나 사업조직 통폐합 등 경영권에 속하는 사항이라도 노사는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고, 효력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포레시아 노사는 2009년 1월 ‘회사는 향후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하지 않고 고용을 보장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확약한다’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했다. 하지만 2009년 5월 사측은 경영상 이유로 근로기준법에 따라 직원들을 정리해고했다. 그러자 해고자들이 합의 위반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단체협약 내용이 회사가 어떠한 경우에도 고용을 감축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보기 어렵고, 근로기준법이 정한 요건을 갖춰 정리해고를 했으므로 정당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근로기준법상 이전에 노사 간 합의 내용이 우선이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고, 대법원이 이를 확정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사용자가 정리해고 문제로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는 없지만 이 문제를 자율적으로 노사가 합의했다면 지켜져야 한다는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해마루 최윤수 변호사는 “경영권에 속한 사항을 노사합의로 제한할 수 있는지 여부를 명시적으로 판단한 첫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비슷한 사례가 하급심에서는 있었지만 대법원이 정식으로 심리해 판례를 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은 단체협약에 고용조건을 넣은 경우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기준을 제시했다. 첫째는 정리해고나 사업조직의 통폐합은 경영권의 문제이므로, 사용자가 단체교섭에서 다룰 의무가 없다는 기존 판례를 재확인했다. 둘째는 그럼에도 노사가 정리해고 문제 등을 합의했고, 특별히 사회질서에 위반되지 않는다면 우선적으로 지켜야 한다는 점을 처음으로 판례로 세웠다. 셋째는 하지만 협약 이후 사정이 현저하게 변경된 경우에는 정리해고를 할 수 있다고 예외를 뒀다.

대법원 관계자는 “예외가 어떤 경우인지는 판례가 쌓여가며 정해질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대법원이 처음으로 단체협약의 효력을 인정했기 때문에 예외가 넓게 인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