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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도서/덜미,완전범죄는없다1

<완전범죄는 없다> 9회: 정읍 여성 납치 사건. 법최면

by 북콤마 2019. 2. 20.


<완전범죄는 없다 > 9회: 정읍 여성 납치 사건

사건 당일(2015년 2월 14일) 현장

새벽 5: 피해자 남씨가 택시에서 하차한다. 이때 차를 몰고 가던 피의자 박씨가 그 모습을 발견한다. 이후 걸어서 귀가하는 남씨를 500미터가량 뒤쫓는다.

새벽 55: 박씨가 남씨를 강제로 차에 태운 뒤 달아난다. 지나가던 목격자 A씨가 남씨의 비명 소리를 들었으나 인근 풀숲에 가로막혀 범행 현장을 목격하지는 못한다. 바로 경찰에 신고한다.

새벽 510: 도주하던 범행 차량이 다시 사건 현장으로 돌아왔다가 경찰이 출동한 것을 보고 또다시 달아난다. 비상이 걸린 정읍경찰서는 주요 검문지에 경찰을 배치하고 검문검색에 들어간다.

아침 6: 경찰은 정읍 시내에서 검문검색을 하던 중 박씨를 긴급 체포한다

시놉시스

새벽 5시. 택시에서 내린 남씨는 술에 많이 취한 모습이었다. 새벽녁 집으로 가는 길은 여느 때와 다를 게 없었다. 검은색 차량이 그녀의 걸음걸이에 맞춰 따라오고 있다는 것만 빼고는. 집에 거의 다다랐을 무렵, 검은색 차가 비상등을 켜고 그녀 옆에 섰다. 딸각, 차 문이 열리고 운전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악" 하는 짧은 비명과 함께 남씨가 사라졌다. 순식간이었다.

마침 출근 중이던 트럭 운전사가 비명 소리를 듣고 달려갔으나, 현장엔 사람은 안 보이고, 핸드폰과 가방, 하이힐만 널브러져 있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급히 출동했다. 현장에서 100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지구대가 있었다. 경찰이 큰길 쪽으로 사라지는 검은색 차를 쫓았지만, 놓치고 말았다. 정읍경찰서에 비상이 걸렸다. 동원 가능한 경찰 전원이 투입됐다. 

아침 8시쯤 용의 차량이 검문검색 중이던 경찰에 걸렸다. 예상대로 차 안에는 사라졌던 남씨가 타고 있었다. 의식을 잃은 모습이었고, 머리에선 피가 흐르고 얼굴 곳곳에 멍이 들어 있었다. 병원으로 후송된 남씨는 사건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체포된 용의자 박씨는, 우연히 사건 현장을 지나다 피 흘리며 쓰러져 있는 피해자를 병원에 데려가기 위해 차에 태웠다고 했다. 치료를 위해서라면 병원으로 바로 향했어야 했지만, 정작 병원에 간 흔적은 없었다. 차량 안에선 남씨 손목을 묶었던 청색 테이프도 발견됐다. 정황은 박씨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었다.

그때 수사팀장의 머리에 '법최면'이 떠올랐다. 강력 사건의 피해자나 목격자는 정신적 외상 때문에 사건을 정확히 기억해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 주로 쓰는 수사 기법이 법최면이다. 깊은 명상에 빠질 때와 비슷한 상태에서 사건 당시에 고도로 집중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지난 기억을 끄집어내는 과학수사 기법. 남씨가 입원해 있는 병원의 4층 특실이 최면 조사 장소로 탈바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