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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도서/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

두달만에 알려진 탈북 모자의 죽음, 부양의무자 기준에 걸리자 수급 신청 포기

by 북콤마 2019. 8. 17.


2019년 7월 31일 관악구의 임대아파트에서 탈북민 한씨와 그의 여섯 살 아들이 숨진 지 두달 만에 발견되었다. 두달간 아무도 몰랐다. 이들의 사인은 ‘아사’로 추정되지만 아직 정확한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6월30일 수도검침원이 검침하다가 계량기가 지나치게 올라간 것을 보고, 문을 두드렸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자 관리사무소를 통해 입주자의 휴대폰으로 전화했다. 하지만 한씨의 휴대폰 번호가 아니었다. 서울주택도시공사는 7월1일 누수 때문에 계량기가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한씨의 집에 단수 조치를 했다. 7월31일 수도검침원이 한씨의 집을 다시 찾았고, 집 안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자 경찰에 신고하게 됐다. 

__양육수당 10만원: 2018년 10월 한씨는 전입 신고를 하면서 주민센터를 찾아 아동수당과 양육수당을 신청했지만 기초생활 수급 신청을 하지 않았다. 아이가 만 6살이 넘은 2019년부터 아동수당 지원은 중단됐고, 한씨가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월 10만원의 양육수당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__임대아파트 임대료임대료가 밀리기 시작한 것은 2018년 초부터다. 매달 16만4000원의 임대료는 보증금 1074만원에서 16개월 동안 깎여 나갔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는 임대료가 밀리자 2019년 3월 한씨에게 연락했다. 그러자 한씨는 “4월에 아파트에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게 세상과 닿은 마지막 연락이었다.

부양의무자 기준에 걸리자 수급 신청 포기

__한씨는 2009년 한국으로 온 뒤 정착 초기 5년간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지원을 받았다.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됐다가 아르바이트로 소득이 생기자 2010년 수급자 자격이 중단됐다.

2019년 1월 중국 국적을 가진 남편과 이혼한 뒤로는 기초생활수급 등 복지지원제도를 신청하지 않았다. 결정적인 문제는 부양의무자 기준에 있었다.

__임의 서류, 이혼확인서: 주민센터에서는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하려면 '남편과의 이혼 확인서를 받아오라'고 했다. 이혼 서류만 있으면 됐지, 이혼확인서는 도대체 뭔가. 이렇게 임의의 서류를 요구하는 일은 유독 공공부조의 수급 과정에서 자주 발생한다.  또 그걸 중국에 가서 어떻게 떼어 오나. 

이혼했다 해도 아이가 있으면 전 배우자는 부양의무자가 된다. 전 배우자는 아동의 1촌 혈족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많은 한부모 가족들은 이중, 삼중의 어려움을 겪는다. 폭력이나 유기 등의 사유로 이혼한 가족에게 ‘부양 의무’가 있다는 사실도 황당하지만, 수급 신청 과정에서 본인의 주소나 상황이 노출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전 배우자의 재산이나 소득이 기준 이상일 때 수급권을 박탈당하는 최악의 결과까지 모두 수급신청자가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씨의 전 남편은 중국에 거주 중이므로 조사가 필요한 부양의무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런 임의의 서류는 실제 수급신청 과정에서 중요한 정보로 다뤄지지 않지만, 신청을 하려는 신청자에게는 큰 부담이 되어 수급 신청 포기의 사유가 되기도 한다.

(빈곤사회연대 성명http://antipoor.jinbo.net/xe/index.php?document_srl=1263936&mid=announce)

__한씨의 여섯 살 아들은 간질을 앓고 있었다.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받지 않으려고 해 맡길 곳이 없자, 한씨는 직장도 구할 수 없었다. 이후 한씨가 한 번 더 기초생활수급을 신청하려고 시도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한씨는 도움받을 친지도 부양의무자도 없었다. 이웃과 교류가 있었다면 사망 후 두 달 뒤에 발견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다른 북한이탈주민들과 교류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05709.html

서울신문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90816008003&wlog_tag3=da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