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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도서/덜미,완전범죄는없다1

범인의 사소한 실수 6: 범인과 수사기관 사이 머리싸움의 승패는 여기서 갈렸다

by 북콤마 2019. 4. 9.


"연재를 꾸준히 읽은 독자는 이미 알아차렸겠지만, 범인과 수사기관 사이 머리싸움의 승패는 

범인의 사소한 실수와 이를 그냥 흘려보내지 않는 수사기관의 집념과 피땀 어린 노고에서 

갈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__저자 서문에서 <덜미,완전범죄는없다2>


범인의 사소한 실수 6

1. 춘천 형제 살인 사건: 칼을 씻었다

__동생이 내지른 칼에 가슴이 찔린 형이 그 자리에서 숨지면서, 사건은 발생했다. 부모는 작은아들이 벌인 참극은 큰아들의 폭행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우발적인 사건이라고 했다. 경찰은 이들의 진술만으로는 사건에 고의가 있었는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과학수사 요원들은 혈흔에 주목했다. 어머니는 "칼을 뺏어 싱크대 안으로 던졌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혈흔을 보면 그 진술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있었다. 식칼은 식기 건조대와 그 위에 있는 그릇에 매끄러운 경계를 가진 '묻힌 혈흔'을 남겼다. 칼날에는 희석된 혈흔만 남아 있었다. 증강 시약을 개수대와 배수구 주변에 뿌린 결과, 다량의 희석 혈흔이 발견됐다. 누군가 칼을 씻은 것이다. 

2. 여수 60대 남녀 변사 사건: 단추를 떨어뜨렸다

__신고가 들어온 곳은 한 빌라의 맨 꼭대기 5층. 혼자 사는 어머니가 숨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주무시다가 돌아가신 것 같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깔끔히 정돈된 집 안 전체의 상황을 보면, 검시팀의 경험상 타살보다는 자연사에 가까웠다. 

그런데 작은방에 들어간 수사팀이 이내 고개를 갸웃했다. 최근에 '누군가' 지낸 듯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특히 작은방에 떨어져 있는 '남색 단추'가 의미심장했다. 사망한 이의 옷에서 떨어져 나왔으리라 생각하고 안방의 옷 전부를 뒤졌지만, 그 어떤 옷과도 맞지 않았다. 다른 누군가가 그 어떤 이유로 옷에서 단추를 떨어뜨렸다는 뜻이다. 

3. 안성 부부 살인 사건: 같은 동네의 또 다른 부유한 저택도 노렸다

__최초 신고자는 이웃 주민이자 안성소방서에 소속된 현직 소방관이었다. 그가 초기에 진압하려고 노력한 덕에 불은 소방대원들이 출동하기도 전에 이미 진화됐다. 집 안에서 부부가 처참한 모습으로 살해된 채 발견됐다. 단순 화재 사건이, 살인 사건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시신 외에는 현장 어디에서도 범인을 추적할 만한 흔적이 나오지 않았다. 상황이 긴박했기에 사건 초기부터 프로파일러가 투입됐다. 새로운 단서가 하나 발견됐다. 사건이 일어나기 2주 전, 현장에서 5분가량 떨어진 집에서 야간에 누군가 침입했다가 미수에 그친 사건이 있었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주거 침입을 시도했던 집은 사망한 부부의 집과 함께 인근에서 손꼽히는 부유한 주택이었다. 프로파일러들은 "돈을 목적으로 한 동일범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4. 정읍 여성 납치 사건: 사건 현장으로 다시 돌아왔

__새벽 5시, 업무상 술을 마실 일이 잦기는 했지만 그날은 유난히 술에 많이 취했다. 그녀는 택시에서 내려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다소 먼 집을 향해 터벅터벅 걸음을 옮겼다. 그때 검은색 차량이 그녀의 걸음걸이와 속도에 맞춰 따라오고 있었다. 집에 거의 다 왔을 무렵, 검은색 차가 비상등을 켜고 그녀 옆에 섰다. 골목에는 여성과 차에서 내린 정체 모를 남자밖에 없었다. "악" 하는 짧은 비명과 함께 여성이 사라졌다.

마침 출근 중이던 트럭 운전사 A씨가 근처에 있다가 비명 소리를 들었다. A씨는 비명이 난 곳으로 급히 달려갔다. 저 멀리 큰길로 빠져나가는 검은색 차량 한 대가 보였다. A씨의 신고를 받고 지구대 소속 경찰들이 급히 출동했다. 그때 A씨가 검은색 차량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큰길로 사라졌던 그 차가 어느새 현장으로 돌아와 모습을 보인 것이다. 차량이 다시 큰길 쪽으로 쏜살같이 사라졌다. 경찰이 뒤를 쫓았지만 놓치고 말았다. 하지만 다행히 조수석에 타고 있던 경찰이 차량 번호를 외워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