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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도서/덜미,완전범죄는없다1

<덜미,완전범죄는없다1> 1회: 마포 만삭 의사 부인 살해 사건

by 북콤마 2019. 6. 11.

기묘한 자세로 욕조에서 발견된 시신

출동하기 전 팀장은 고참 요원한테서 온 보고 전화를 받았다.

"팀장님, 변사자 자세가 이상합니다. 사인 판단이 어렵습니다."

"22층 통로 제일 끝에 위치한 오피스텔(76.79제곱미터). 이경위가 도착한 집 안은 이미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얼핏 둘러본 내부는 말끔했다.

변사자가 발견된 곳은 특이하게도 안방 욕실의 욕조였다. 변사자는 20대 후반 여성 A씨로 155센티미터의 자그마한 키, 잠옷 차림에 화장기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욕조를 가로질러 배를 위로 한 채 누워 있었다. 양다리는 허벅지 아래가 욕조 밖으로 나온 상태. 발바닥이 욕실 바닥을 향해 있었지만, 바닥에 닿지는 않았다. 욕조 안쪽 오른쪽 면에 뒤통수 부분이 닿아 앞쪽으로 접혀 있는 머리. 확실히 ‘이상한 자세’였다. 

이경위의 카메라 플래시가 연신 빛을 뿜어냈다. 2월 12일 출산을 앞둔 결혼 3년차 만삭의 여성, 불룩한 배가 사진 속에서 유난히 도드라져 보였다."

_욕조에서 발견된 아내 A씨의 모습

아내 A씨 몸에 남은 흔적

목에 내부 출혈: 목에 집중한 힘이 가해졌다는 것. ‘손에 의한 목졸림 질식사’로 판정된다.

얼굴과 몸에 멍 자국: 폭행이나 다툼이 있었다는 흔적.

손톱 밑에서 백씨의 DNA 발견: 남편 팔에 저항흔이 남은 원인으로 추정된다.

오른쪽 눈 밑으로 흐른 혈흔: 발견됐을 당시 고개가 왼쪽으로 기울어져 있던 것으로 보아 사후에 사체가 옮겨진 것이다.

정수리에 1.5센티미터 찢어진 상처: 상처는 있으나 욕조에 혈흔이 남지 않은 것으로 보아 사후에 사체가 옮겨진 것이다.


남편 백씨 몸에 남은 흔적

이마 중앙에 니은 자 형태의 상처가 보였고, 양팔 아홉 곳에 깊게 팬 상처와 긁힌 생채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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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 15일 AM 00:05 마포경찰서 강력팀 조사실

경찰은 일단 백씨를 유족 자격으로 조사했다. 백씨는 차분했다.

“제가 기억하고 있는 건 세 가지 모습밖에 없습니다.”

아침을 먹는 새 거실로 나와 TV를 보고 있었고, 씻고 나오자 옷(흰색 후드 티셔츠와 검은색 체육복 바지)을 챙겨줬다. 나갈 때는 안방에서 “잘 가라”고 인사를 했다는 게 전부라는 진술이었다.

경찰은 께름칙했다.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쓰러져 죽었다는 걸 쉽게 납득할 수 없었다.

팔과 이마에 난 흉터

살인 가능성은 생각했지만, 남편 앞에서 쉽게 말을 꺼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유족 자격으로 경찰서에 나와 조사를 마치고 나가는 남편, 그때 한 형사가 팔에 난 상처를 보게 된다. 그걸 보고 남편과 다시 얘기를 하게 됐는데, 대답이 영 이상했다. 이때부터 '아, 살해구나' 하는 의심이 커졌다. 이마에는 왼쪽아래 대각선 방향으로 니은 자 형태 상처가 있었다. 양 팔뚝에는 9개가 넘는 긁힌 생채기가 남아 있었다. 

핏자국이 흐른 방향

경찰은 결정적 증거를 준비했다. 특히 욕실에서 발견된 피해자의 얼굴에 남겨진 핏자국을 언급했다.

"피해자 얼굴 오른쪽 눈꼬리 부위에서 오른쪽 귀 방향으로 흐른 핏자국이 있었다. 하지만 발견 당시 피해자 얼굴은 왼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출혈 이후 (피가 마를 만큼) 일정 시간이 흐른 뒤 이동이 됐거나 자세가 변경됐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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