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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도서/덜미,완전범죄는없다4

범인이 감옥에 있는 경우: <덜미,완전범죄는없다1,4><한국의장기미제11><33년만의 진범>

by 북콤마 2022. 3. 13.

용의자는 감옥에 있다는 것. 이미 다른 사건으로 붙잡혀 교도소에서 복역하고 있었다. 그리고…

1. 서울 광진구 주부 성폭행 사건

__2013년 3월 서울광진경찰서에 강도 신고가 한 건 접수됐다. 1층 창문을 통해 집 안으로 들어온 범인이 안방에서 갓난아기와 함께 잠자던 30대 주부를 위협해, 현금과 금반지 등 귀금속을 강탈해 간 사건이었다.

__수사팀은 반경 300미터에 있는 모든 폐쇄회로 TV를 다 뒤져 범인 모습이 흐릿하게 찍힌 영상 두어 개를 확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범인은 자신의 체액이 묻은 포대기를 들고 나가 의류수거함에 버렸는데 수사팀이 가까스로 찾아냈다.

__이틀 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DNA 감식 결과가 도착했다. 다행히 일치하는 유전자가 이미 확보돼 있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수사팀은 뜻밖의 말을 들었다. 용의자가 2009년에 수감돼 지금도 감옥에 있다는 것이었다.

__수사팀은 혼란스러웠다. 몇 번이고 반복해 범죄자의 신원을 조회했지만 똑같은 결과가 나왔다. 어떻게 감옥에 있는 사람의 유전자가 나올 수 있나. 용의자는 강도 상해로 2009년 8월 구속돼 포항교도소에서 복역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떤 형식으로도 교도소 밖을 나간 적이 없었다.

2. 의정부 여자친구 연쇄살인 사건

__사건의 실마리는 생각지도 않던 곳에서 발견됐다.

2017년 7월 신씨는 본인 명의로 렌터카를 빌려 경기 포천 산정호수를 방문한 이후 행방이 묘연했다. 차를 반납하기로 한 당일 신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렌터카 업체는 계약서를 다시 살펴봤다.

__ 계약서엔 신씨의 휴대폰 번호와 지인의 연락처가 적혀 있었다.지인의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는데 한 남성이 전화를 받았다. 그렇게 통화가 된 남성은 대여 기간을 하루 연장한 뒤 차를 업체에 반납했다.

__경찰이 확인해보니 렌터카가 반납될 당시 반납자 명부에 신씨가 아니라 최씨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런데 남성의 소재를 파악하던 경찰은 전혀 뜻밖의 장소에서 그를 찾아냈다. 그는 얼마 전인 2017년 12월 이미 또 다른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구치소에 수감된 상태였다. 최씨는 구치소에서 재판부의 1심 선고를 기다리고 있었다.

3. 나주 드들강 여고생 성폭행 살인 사건

__2001년 2월 나주 남평읍 드들강 강변에서 발견된 익사체는 당시 고등학교 3학년 진학을 앞두고 있던 여고생이었다. 광주에 살던 여고생이 아무런 연고도 없는 나주 강변에서 스타킹만 신은 채 알몸으로 발견된 것이다.

__과학수사 요원들은 시신에서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체액을 검출했다. DNA를 확보한 나주경찰서 수사팀은 우선 피해자가 살던 동네 및 현장 주변의 인물 200여 명과 DNA를 대조하는 일에 나섰다. 하지만 일치하는 대상이 없었다.

__사건이 발생하고 10년 넘게 지나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가던 2012년 9월 대검찰청은 뜻밖의 소식을 경찰에 전해왔다. 강력범들의 DNA를 등록하다가 피해자의 시신에서 발견된 DNA와 복역 중인 김씨의 DNA가 일치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그해 제정된 DNA법에 따라 강력범의 DNA를 동의 없이 데이터베이스화할 수 있었던 덕분이었다.

__김씨는 2003년 7월 광주 동구에서 전당포 주인 2명을 살해하고 시체를 유기한 혐의로 붙잡혀 강도살인죄 등으로 무기징역 형을 받고 이미 목포교도소에 수감돼 있었다. 초동수사 당시 한 번도 용의선상에 오른 적 없는 인물이었다.

4. 화성 연쇄살인 사건 또는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__2019년 9월 18일, 범인은 사건 발발 8년 후 다른 사건에 연루돼 이미 잡혔고 지금은 감옥에 있음이 밝혀졌다.1986년 9월 15일 첫 사건 발생 이후 만 33년 3일 만이다. 마지막 사건은 1991년 4월 3일 발생했다.

__1980년대 전국을 공포로 물들인 국내 최악의 미제사건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 이춘재는 DNA 검사 결과로 전모가 밝혀질 당시 부산에서 복역하고 있었다.

__이춘재는 1994년 1월 충북 청주 자신의 집으로 놀러 온 처제에게 수면제를 탄 음료를 먹인 뒤 성폭행하고 연이어 살해한 혐의로 1심과 2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파기환송심을 거쳐 무기징역 형이 확정됐다.

__ 화성 연쇄살인이 발생한 기간에 적용되는 살인죄의 공소시효는 15년밖에 안 됐기 때문에 2006년 4월 2일 밤 12시를 기해 마지막 공소시효까지 만료됐다.

__화성 5차, 7차, 9차 사건 현장 증거에서 발견한 DNA와 이춘재의 것이 일치했다. 해결의 열쇠는 DNA였다.

__2019년 7월 중순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미제수사팀은 혹시나 하는 기대를 안고 창고에 보관돼 있던 증거물 중 피해자들의 유류품 일부를 꺼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DNA 재분석을 의뢰하기 위해서였다.

국립과학수사원이 추출한 결과물이 DNA 데이터베이스상에서 이춘재의 DNA와 일치했다. 33년 동안 특정하지 못하던 용의자를 DNA 분석을 통해 단시일에 찾아낸 셈이다. 이후 경찰은 7차와 5차 사건의 증거물도 보냈고 마찬가지로 일치한다는 통보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