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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도서/버디 퍼트

벤 호건 일대기 2: <버디 퍼트, 마스터 18인의 골프수업>

by 북콤마 2023. 7. 28.

1949년 교통사고

__ 메이저 대회 9승 가운데 6승이 1949년의 그 죽을 고비를 넘긴 뒤에 거둔 것이다. 41세이던 1953년에는 마스터스와 US 오픈, 디 오픈까지 휩쓸어 한 해 메이저 대회 3승을 쌓고 커리어 그랜드슬램마저 완성한다.

 

온몸이 부서지는 고통을 이기고

__1949년 2월, 호건은 피닉스 오픈에서 연장까지 갔다가 패배한 뒤 아내 발레리를 조수석에 태우고 텍사스주 포트워스 집을 향해 운전하고 있었다. 도로를 뒤덮은 안개에 호건은 속도를 줄이고 조심스럽게 주행하는데 갑자기 앞에서 고속버스가 나타났다. 다리 위 좁은 길에서 버스는 서행하는 트럭을 앞지르려 속도를 높여 중앙선을 침범했고, 하필 반대 차선에 호건의 캐딜락 세단이 있었던 것이다. 정면충돌이었다.

__10톤짜리 버스에 부딪힌 사고 차량 안의 광경은 끔찍했다. 운전대에 이어져 있던 조향축이 운전석 시트를 뚫고 나와 있었다. 호건은 조향축에 몸이 관통돼 즉사할 운명에 놓였다.

__아내 발레리는 경미한 부상만 입었고 호건은 중상을 입었지만 목숨은 건졌다.

__쇄골과 발목, 갈비뼈가 으스러지고 골반은 이중 골절을 입고 왼쪽 눈마저 손상됐으니 ‘어쩌면 다시 걷기 힘들지도 모른다’는 의사의 말은 지나친 것이 아니었다.

__다들 우왕좌왕하는 사이 구조 요청이 늦어져 구급차가 1시간도 훨씬 지나서야 도착한 것도 안타까운 일이었다.

PGA 투어 복귀

__호건은 그해 11월 다시 골프채를 잡는다. 사고가 난 지 9개월 만이었다. PGA 투어 복귀전은 그로부터 다시 두 달여 뒤인 1950년 1월 로스앤젤레스 오픈이었다.

__호건은 기대에 부응했다. 참가에 의의를 두는 수준을 넘어 우승을 향해 달렸다. 우승은 샘 스니드에게 빼겼지만 이때의 준우승은 이후 호건이 더는 우승하지 못했더라도 스포츠사에서 가장 위대한 컴백 스토리 중 하나로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성치 않은 다리로 90홀을 걸어 일궈낸 준우승을 계기 삼아 제2의 전성기를 열어젖혔다.

메리언의 기적

__로스앤젤레스 오픈에서 준우승한 직후인 1950년 4월 마스터스에서 메이저 대회 복귀전도 치른다. 공동 4위로 마감한다. 하지만 그때부터 사람들은 기적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__두 달 뒤 펜실베이니아주 메리언 골프 클럽에서 열린 제50회 US 오픈.

__1라운드에서 호건은 2오버파 72타로 공동 18위. 접이식 의자까지 준비한 그는 샷과 샷 사이에 의자를 펴고 앉아 다리에 휴식을 주면서 대반격을 계획했다.

__매 라운드 선두가 뒤바뀌는 혼전 양상을 보였다. 4라운드에서 선두 로이드 맹그럼이 흔들리는 사이 호건이 따라붙었다.

__막판이 위기였다. 그래도 마지막 홀에서 파를 지켜 연장에 합류하는 데 성공했다.

__3명이 벌인 연장에서 조지 파지오가 먼저 우승에서 멀어진 가운데 호건과 맹그럼이 막판까지 팽팽히 맞섰다. 15번 홀까지 호건이 1타 차로 살얼음 같은 리드를 지켰다. 16번 홀에서 벌레 한 마리가 흐름을 바꿔놓았다. 공 위에 벌레가 앉는 바람에 마크를 다시 하는 과정에서 맹그럼이 룰을 위반하고 말았다.

__4타 차의 여유로운 우승. 사고가 난 지 불과 16개월 만이었다. 마지막 홀에서 파 퍼트가 들어가는 동시에 갤러리가 한꺼번에 몰려 호건을 에워쌌다. 영웅 대접이었다. 제50회 US 오픈은 그렇게 ‘메리언의 기적’이라는 별칭을 얻었다.